한일전 승리를 기원합니다.

2013년 11월 5일 화요일

Camino Day26_11월5일(화) for Hannah Warren

*날씨 :
- 힘든 날씨

*이동정보 :
-  (업데이트 예정)

*이슈 :
- 날씨, 해나, 철십자가,행복한 저녁시간(3인실)

아침에 바라본 하늘은 여전히 흐리고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흐린하늘...바람과 비

한국에서 떠나오기전 챙긴것 중  작은 돌맹이 하나와 어린여자아이의 사진이 있는 뺏지

오늘 가는길에 만나는 곳 중에서 철십자가가 있다.

나무로 세워진 높은 기둥위로 십자가가 올려져 있고

아래로는 우리의 성황당 나무아래 쌓인 돌 들 처럼 많은 돌과 순례자들의 물건이 쌓여있다.

오늘 뺏지와 한국에서 가져온 돌을 그곳에 올려놓으려 간다

어찌보면 이곳으로 떠나면서 나름의 마음을 가졌던....

순례길 일정 중 마일스톤이라고 생각한 곳을 지나간다.


내 삶에서 답답하고 힘들었던 것들을 한국에서 돌에 담아 들고 왔고

해나의 뺏지는 웬지 이 종교적인 곳에 해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먼 거리를 같이걸었다.

가방 안쪽 여권과 정성스럽게 싸아놓았던 해나의 사진과 돌을 꺼내어

가방의 바깥쪽 주머니에 넣기전

한동안 만지막 거리며 바라봐 본다.



바람은 어제보다 잦아들었지만 차가운 비와 고지대의 싸늘함 때문인지 간만에 썰렁한(?) 까미노를 만나고 있다.

가던길 언덕 중턱에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대피소 아래에 들어가 잠시 쉬어 본다.

필터담배를 싫어하던 나이많은 영국아저씨도 별 말 없이 내밀은 담배를 나누어 태우고 땡큐~를 외치며 출발하고

우리는 가방에서 팬을 꺼내 지지리도 궁상맞게 이곳에 다녀갔음을 남겼다.



다들 비슷한 마음...."내가 이곳에 있었다"

민찬, 용찬, 겸

겸이는

서리는 김과 빗방울에 안경이 거추장 스러워 벗으니 보이는건 없고

바람에 우의가 찟어지는 참사(?)를 당하고 급한대로 혹시나 해서 가져왔던 물병에 감겨있던 덕트테이프로 땜빵을 하고 걸어간다.

어이없어 웃음이 난다.


고어텍스임을 자부하던 민찬이의 자켓도 이 날씨에는 그다지 힘이 없다 ^^


몸은 젖어 들어가고

마음이 가라앉는다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길의 상태와 마음의 문제라고나 할 까

쉽지 않은 길을 걸어 산위의 첫번째 마을을 들어섰다.

물론 모두 한 목소리로 "일단 바르(bar)!!!!"


비탈진 마을 입구에 들어서며 바로 보이는 바르로 그냥 직행했다

들어서자 우리처럼 힘들었던지 다른 순례자들역시 벽난로 앞으로 잔뜩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들어서자 다들 빙긋~! 웃어주는 얼굴들

겸이를 위해 자리를 넓혀 주는 배려

같은 힘듦을 공유하는 사람들 간의 유대와 연대는 이런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불장난이 최고
젖은 가방과 우의를 문가에 세워두고 난로 앞에 있자니 따듯한 실내에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여기저기 보이던 기념품이 이곳에도 있었다

목걸이를 가지고 싶다는 겸이에게

조개에 십자가 모양이 있는 도자기로 된 목걸이를 하나 사주고

난로위에 잔뜩 남겨진 전세계에서 몰려든 순례자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살펴본다




몸이 녹으니 나른~ 하다...

창밖으로 바람에 날리는 나무가지를 보고 있자니 길을 나서기가 두렵다

불장난 하는 겸

창밖의 세상


12시까지 그냥 개겨볼까 농담반 진담반 했는데

11시쯤 뭐좀 먹자며 이리저리 하다보니 어느덧 12시가 다 되어간다.

가방에서 있는 빵과 햄...잼을 꺼내놓고 쪼큼 미안하니까 보카디오와 오믈렛을 가지고 와서 점심을 먹었다

이제 출발한다....


말도 없고.... 쉬지도 않고...그냥 걸어간다.

그냥 걸어간다.

비오는날은 중간에 어디 앉아서 쉴만 한 곳이 흔하지 않다

특히나 산길이라면 더더군다나..

덕분에 비오날은 힘이 들기는 하지만 힘든지도 모르고 엄청난 속도(?)로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한다.

중간중간 혹시나 겸이가 탈진하거나 추울까봐 걱정이지만 생각보다 엄청나게 잘 버티는 녀석이다.

내가 놈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앉아서 쉴곳은 없고 잠시 길에 서서 사진한방과 민찬과 나는 담배 한대...

겸이도 꾸역꾸역 가방에서 초컬릿 덩어리인 과자를 꺼내서 먹는다

대다나다.... 이런 날은 체력 유지를 위해서 뭔가 계속 먹어주는게 좋은데

이제 안 알려줘도 알아서 잘 한다.

아놔! 넘 멀어!

아..미치겠어~!
바르를 나와서 3키로 남짓

언제나 보이나 싶었던 철십자가가 모퉁이를 돌자 똭~!


저 멀리 십자가 아래에 먼저 도착한 순례자가 눈을 감고 서 있었다.

기도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비가 와서 잘 알 수 없었지만 표정과 십자가에 기댄 모습을 보자니

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겸이를 불러서 몇일 전 써 놓았던 편지를 읽었다.


"오늘 이렇게 먼 거리를 두 발로 걸어서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800Km라던 간판의 숫자가 줄어들 수록

두다리에는 힘이붙었고 내 나약했던 정신은 강해 졌으며

행복과 사랑을 단어로만 알던 가슴은 조금씩 녹아 지금의 감사하고 행복함에 감사드립니다.

걱정했던 겸이는 나보다 길을 더 잘 걸어 주었고

인연으로 이어진 민찬이와 여기까지 큰 일없이 도착함에 또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해나의 일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이곳에 내려놓습니다.

잊기 위함이 아니라 절대 잊지 못할 이 길을 생각할 때 마다 해나를 생각하기 위해서 입니다.

해나야 덕분에 아저씨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게 됬단다

고맙고...사랑한다..."


저 아가씨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해나야 안녕
해나와 한국에서 가져간 조약돌을 십자가 아래 내려놓았다

생각보다 뭔가 거창하거나 감동적이진 않았다...
(편지를 읽다가 잠시 울컥하긴 했지만...)

그저 좀 쑥스럽고 낮간지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까미노에서의 시간에서 내가 배운것이 있다면

내 감정에 충실한 것에 부끄러울 필요는 없다는...













울컥한 마음이 가라앉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날이라도 좋았으면 앉아서 쉬고 싶었겠지만 날씨덕에 아쉬운 걸음을 내딛는다.


만자린에 도착했다

좀 쉬고 싶은데 어디 앉을 곳도 마땅치않은 길

어제 봤던 가이드 북에는 이곳에 독특한 알베르게가 있다고 했는데...




아항.... 이곳이다...

표지판의 여러가지 색들이 멋지게 보이던 사진속의 그곳이다.









조금은 얼기설기...

아니..좀 많이... ㅋㅋㅋ

비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바르겸 기념품 샾 겸  알베르게겸.....

이곳은 옛날 기사단의 전통(?)을 간직한 알베르게라고 들었는데

숙소가 훌륭하지는 않지만 화장실이 예술이라고.....(절벽 화장실?)

깨끗한 숙소 보다는 순례자임을 만끽하려면 한번쯤 들러볼 만 한 멋진 곳이라던데...

그다지 땡기지는 않았다....


안쪽에는 차를 무료(도네이션)로 제공하고 편한 자리는 아니였지만

불편한 비내리는 길에서 잠시 쉴 자리르 제공해준 고마운 곳이였다




힘내라는 의미로 팔찌 하나를 사주고 다시 길을 나선다.

아~ 힘들어~~!!



전쟁났냐...병신가터...다음부터는 저거 안쓸꺼임



도통 무슨 정신으로 걸었는지 모르겠다

뭔가 잔뜩 생각하고 뭔가 잔뜩 후회도 한 것 같은데 

민찬이와 이야기 할때는 웃고 있었고 

겸이와도 힘내자며 길을 걸었다


그러다 나타난 마을

비가 내리고 있었고 캠을 꺼내기 쉽지 않았지만 너무 좋아서(?)  사진을 찍었다

좀만 가면 된다!!!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 헐~~~



겨우 도착한 "메종 엘 아쎄보"

하루 고생했는데... 침대에서 고생하기 싫어서 그냥 여기서 쉬기로...



침대가 모자란다는 말에 주변 호텔이라고 되어 있는곳으로 가봤더니

3인 실은 없고 2인실 30유로....  침대방이라 셋이서는 않되고...

그렇다고 60유로나 쓰기는 싫고...

그러다가 선술집(메종) 쥔장하고 이야기 하다보니 트리플룸?? 응???

오오...정말? 세명이 자는 방이 있단다. 그냥 닥치고 콜!

일단 가게 안에 가방을 던져놓고 외쳤다

"위스키 프리즈!  더블!"

언니가 키득키득 웃는다

두잔을 시켜 민찬과 한잔씩 스트레이트

아쉽지만 겸이는 콜라카오(코코아를 이렇게 부른다)

술이 들어가자 따뜻하니 좋다..... 기운을 차리고 방으로 올라가본다


아싸!!  고생끝에 낙이있다더니 이런 경우인가

가격은 우리돈 4만원 정도 했지만 이게 어디냐

방이 널널해서 4인실을 셋이서 쓴 적은 있지만 셋이서 사용하는 방은 처음 잡아봄

그리고 천장에 있는 방이라 창밖 경치도 좋고~!


방 밖으로 보이는 스페인의 시골동내
이층 침대도 아니고 개인당 1층 침대!!!

무슨 차이냐 물어 볼 수 있겠지만 2층 침대에서

아래에 누우면 바로 위로 보이는 이층이나  2층에서 보이는 낮은 천장이나...뭔가 좀 답답한 느낌....

다른사람신경 쓰지 않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느즈막히 빨래를 하는 이 여유가... 이렇게 행!복!할!수!가!!!!

창밖으로 저 멀리 걸어오는 순례자가 보인다... 힘을내요 슈뻐파월~~


쫌...고생한 겸이 숙소가 마음에 드는지 얼굴이 폈다.

아~~~ 개좋아~~~
스페인 식당은 저녁 시작시간이 정해져있다

아무때나 처들어와서 밥달라고 해도 만들어주는 우리나라가 천국인 겁니다

7시까지 개인정비(?) 및 멍때리기를 시전하던 우리는 슬슬 배가 고파졌고 10분전 부터 내려가서 밥을 기다린다.
아...배고팡~



밥을 주문하면 인당 물 한병 또는 포도주 한병이다.(둘 중하나 선택)

포도주는 둘이와도 한병 셋이와도 큰거 한병(인원이 많으면 더 달라고 해도 된다)

단 물은 1인당 무조건 1병

포도주는 한병 주는데 물은 작은거 한병.... 생수 인심 야박한건 유럽 어디나....

정신없이 먹어서 사진이 없다...

뭐 맨날 먹는 닭아니면 소, 돼지 비슷비슷 비줠이니 궁금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후식으로 먹는 "산티아고 케익"
밥을 먹고나니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저녁먹고 맛나게 담배한대 말아피고 방으로 올라왔다

냄새나게 방안에서 신발 말린다고 놀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뽀송한 신발이 가능하다면 냄새따위야~!!!!

푹 젖은 신발...맹물에 행궈서 말리는중
해가 빨리지는 스페인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금방 잠잘 시간...

프리바도(PRIVADO:개인이 운영하는 숙소)라 잠잘시간이나 나갈시간에 큰 재한이 없음에도 11시 쯤 잠자리에 든다

내일 또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에....

침대에 누워 잠들기전....천장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