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승리를 기원합니다.

2013년 10월 31일 목요일

Camino Day21_10월31일(목) 니놈이(나) 행복을 알고 있었더냐 (Carrion)

*날씨 :
-맑은 날씨

*이동정보 :
산티아고까지 402.3Km
 Fromista - Poblacion de Campos(3.8Km) - Revenga de Campos(3.7Km) - Villarmentero de Campos(2Km) - Villalcazar de Sirga(4Km) - Carrion de los Condes(5.7Km)
(총 19.2Km)

*이슈 :
- 메세타...내가 아는 지평선의 끝판왕
- 아름다운 정원의 바
- 풍족한 저녁식사


07:00

어우~~~ 춥다!!!

이거 이젠 장난 아닌거슬???

오늘은 한껏 게으름을 부리고 일어났다.  식당이 없으니 아침을 할 필요가 없으니 ㅋㅋ

빵조각에 커피한잔으로 아침을 먹으니 뭔가 안먹은듯한 기분이고

싸늘한 아침바람에 뜨끈한 국밥 생각나  ㅠ.ㅠ

밤사이 널어놓았던 빨래는... 역시나 말랐을 리가 없다는

항상 그랬듯이 가방 뒤에 대충 매달아 주신다


알베르게를 나와 앞에 있는 나무 벤치를 보았더니 이 모양이다

서리가 쭈아악~~~



숙소는 성 마르틴(San Martin)성당 바로 앞이다.

이 성당은 이때까지 보기 힘들었던 로마네스크성당으로 회랑의 지붕이 팔각으로 만들어져 있다.


요래 생긴건 스페인 와서 처음본다.



우리가 묵었던 프로미스타 무니시팔 알베르게

10시에 문을 닫는데...

어제 대현이와 그 일당들은 새벽에 저 높은 담을 어떻게 넘어들어왔다는 것인지 ㅋㅋㅋ


으흠... 어제는 너무 춥기도 하고...식당도 없고...

그냥 저녁 사먹고 들어와서 별 일 없이 자버렸더니 그다지 기억에 남는것이 없었던 숙소였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게 했던 그런 장소

대현이의 젊음이 부럽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면서....

알베르게 전경

떠나기전 성당 샷


후덜덜....

날이 추우니 어서 걸어서 열을 내야겠다

잔뜩 움츠린 겸이를 다독여서 열심히 걸어 마을을 벗어난다

겸이는 부실한 아침밥이 못내 아쉬운

가는길에 얼마전에 먹었던 삼층짜리 햄버거 있으면 또 사달란다

그...그래....

잘먹고 잘자고 잘걷는 겸이
가이드북을 보고

얼마전부터 메세타 라고 하는 고지대 평지에 들어서 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저냥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오늘부터는 본격적인 평원이 펼쳐진다.


여름이였다면 욕한번쯤 하면서 걸어 갔을 지 도 모르지만 우리는 선선한(또는 약간은 추운) 바람을 맞으며 룰루랄라 평평하게 잘 뻗어있는 길을 걸어간다.


국도를 따라 잘 정비된 보행자 도로가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오늘의 목적지인 까리온까지는 20Km도 안된다!!!

거기다 겁나게 잘 정리된 평지!!

줏어먹는(?)  하루 ㅋㅋ


꼴랑 4Km 걸어온 곳에 있는 마을


걍걍 걸어지나가며 마을 중앙의 성당을 찍어본다



4Km 정도를 차도 옆 직선도로를 걸었더니 좀 심심한 맛이 없잖아 있다

겸이와 잠시 앉아서 가이드 북을 보면서 시골길(우회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야기 해본다.

겸이도 차 뒷통수 보면서 걸어가는 길이 좀 밋밋했던지 시골길로 가보자고

오키... 그럼 오늘 처음으로 가이드 북에 있는 까미노를 처음으로 약간 벗어나서 걸어보기로

마을에서 벗어나는길

나무판자에 붉은색으로 우측 우회로를 표시해 놓았다

다들 좌회전인데 우리는 우회전,  몇미터 걸어가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 가 들려 돌아보니

이 길이 아니란다

큰 소리로  "this way is  my way"  -.-;;

순간 생경한 표정으로 잠시 날 바라보는 ㅋㅋㅋ  (미안하다... 내가 요즘 좀 감성이 넘친다)

이츠 샘 웨이, 돈 워리, 시유 순~

잠시 서서는 그들도 이쪽 길로 갈 것인지 이야기를 하는듯

도로쪽 길을 가기로 했는지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걸어간다

"부엔까미노~"

우회로라 그런지 의자 하나 없다. 그냥 털썩!  휴식시간

겸이가 아빠는 어떤일을 하는지 물어본다

대략 컴퓨터 만지는 일인지는 알지만 좀더 디테일한 내용을 알고 싶어하는 질문

으흠....

항상 그렇지만 난 내 직업에서 하는일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IT쟁이들이야 다 들 그렇겠지만

나 같으면 미들웨어를 설치하고 개발자와 협의하여 시스템을 구성해 주고

개발된 어플리케이션의 성능을 모니터링 하다가 장애가 발생하면 처리하거나 내용을 관련사람에게 알려주는....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함????

그냥 단순 대답은 "컴퓨터 설치하고 고장나면 수리해요...."  이건 용산 용팔이 버젼...

겸이에게는 그런 기술적인 설명은 불가능 하니 서비스를 기준으로 예를 들어 봤다

"너 홈페이지 들어가지? 네이버나 다음... 거기서 화면이 나오게 하는데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이라는 걸 개발하거든  

아빠는 그 프로그램이 실행되서 니가 화면을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 

그걸 하기 위해서 PC보다는 좀 더 비싸고 튼튼한 서버라는걸 설치하고 거기에 

몇몇 프로그램을 깔지

너 마인크레프트 할때 이것 저것 깔지?  대략 그런일이라고 보면될꺼야"

.... 그래도 뭔가 설명에서 병맛이 난다...


한동안 걸어가다보니 저 앞으로 양때가 가득 !!!

어...어쩌지?????


다행이 바로 앞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가시는 양때 ^^


우회길이 끝나가고 다시 마을로 들어서는 길 주절 주절 떠들다보니 4Km 걸어왔다

오늘은 날이 좋은 덕인지 길이 좋은것인지... 둘 다 여서 그런지

좀 이야기하면서 오다보니 3시간도 안된 듯 한데 8Km나 걸어왔다는

걸어가다 보니 저 안쪽에서 다른 순례자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잔디가 잘 자란 정원의 모습이 너무 예뻐보인다

겸이와 나도 후딱 들어섰다


대현(데이먼)이가 일본에서 온 마끼(그 마끼 맞다 ㅋㅋㅋ)양과 같이 있었다

오전에 같이 걸어온듯


용감한 겸이구은 날이 선선함에도 용감하게 아쿠아리???(이름이 기억안남... 포카리에 탄산넣은거..)

난 카페콘라체!!  (이동네 커피는 진하고 양 많이 줘서 너무 맘에 든다는)


바에 앉아서 차 한잔 하면서 담배를 태워도 눈치보이지 않고

다른 누군가의 시선의 의식에서 멀어진

이런 시간도 행복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햇살이 너무 좋아 카메라를 들고 마당으로 나와본다.



스페인의 낮 햇살은 깜짝 놀랄 만큼 강렬하다

지대가 높아서 태양과 가까워서 일까? ^^

하지만 그렇다고 더운것도 아닌... 가을 날씨라 그런지 그늘에 있으면 금방 서늘 하다.


한껏 여유를 부리며 해먹에서 디굴 거리는 대현과 겸이


그 닭이 하루이틀이겠수?

당신에게 잡힐리가 없지!!! ㅋㅋ


근 사십분을 바에서 놀았다

오늘은 이상하게 여유가 흘러넘치내


그런데 좀 길게 쉬어서 그런건가?

오전에 길이 좋다고 너무 달렸던가?

겸이가 좀 비실비실 거리기 시작한다


하하하!! 끝이 어디냐고....


영혼이 살짝 빠져나간 듯 한 표정



웃어달라는 주문에 최대한 노력한 웃음 ^^;;
잠시 쉬자며 길 옆에 가방을 내렸더니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그냥 드러누워 버린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가방 먼지 묻을까봐 ㄷㄷㄷ  거리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제 좀 여행자 티가 난다고 할까 ^^



난 이렇게 딴사람 힘들어 하는거 너무 좋아 ㅋㅋㅋ





혼자 이리 저리 사진을...


혼자 찍어보고...


겸이도 정신이 좀 돌아온듯 하여 불렀다

잽싸게 뛰어가서 올라탈려는 순간 찰칵!!!

뭐.....뭐지???

아...이것 참... 너무 설정이얌...

잠깐의 생쑈를 마무리하고 

또 걸어간다.




산티아고 까지 462Km 남았답니다!!!

쿨럭!!!


Villacazar de Sirga 에 들어섰다

Santa Maria la Blanca 성당이 위용을 드러낸다

우와~ 간만에 보는 스케일 인거슬?



이쪽은 로마네스크가 대세인듯

들어가볼까 하는데 겸이가 광장 바에 털썩!!!

그래...구찮으면 그냥 패스~!

한참 비 성수기(^^)라 그다기 사람도 없다

광장옆 바 앞에  아까 만났던 마끼와 대현이 점심겸으로 먹고 있길래 옆에 끼었다

사과를 잘라서 나누어 주고 우리도 빵을 꺼내 대강대충 점심을 때운다

오늘은 어째 먹는게 그저 그렇내


걸어걸어 가는길...


순례자 아저씨와 절친 추가중









이제 오늘의 마지막 코스 6Km 정도 걸어가면 되시겠다


머.... 그냥 길이다...

걍 똑 같은 경치와.... 똑같은 사람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렇게 세시간


오는길 대현과 마끼와 함께 잠시 같이 걷기도 했는데

마끼는 좀 빨랐는지 먼저 가라며...

한국인들 끼리 가는데 끼어 있어서 불편한 마음도 들었을 수 도

그 마음 이해 한다

마음편하게 슬슬 걸어와~

가는길 겸이와 쉴때 지나가면서 인사하고

그네들이 쉴때 우리가 지나가면서 .... 그렇게 걸어가는 산티아고 가는길



까리온 경계에 들어선다.



마을 초입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가방을 던져 놓고 쉰다.

오늘은 도착도 빨리했다

시간이 넘치는 구나!!@@

겸이는 오늘 저녁에 칼국수 해준다니 그것만 기대중

아빠 빨랑 가서 밥먹자~!

걸어온 길.....


숙소를 찾아 마을 안으로 들어서는길

도마뱀이 보인다..



아...저 꼬리!!! 잡아보고 싶다!!!





알베르게 까지 좀 거리가 되는듯

그래도 가는길 이런저런 조형물과 장난 치며 잘 간다.




드디어 도착한 까리온 무니시팔 알베르게

이곳의 알베르게는 성당에서 운영하며 호스피텔라노는 따로 없고 수녀님들이 순례자들을 맞이해 주신다.

첫 인사때 부터 뭔가 푸근한 기분이 드는 느낌 좋은 알베르게


민찬일행이 먼저 도착해 있다

빨래할꺼라며 같이 돌리자고 해서 후딱 샤워하고 모아서모아서 같이 빨래

3천원 정도 하는 빨래비용 아끼는것에 큰 의미는 안두지만 이렇게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쓸데 없는 지출 줄이는거지뭐 ^^

대략 정리를 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을에 큰 마트가 두개나!!!

식당도 겁내 좋다!!!

간만에 만난 잘 준비된 식당에 난 급 흥분해 버렸다는 ㅋㅋ

마트 가는길 들어오는 순례자들
오다가 길을 잃었단다....대체 어디서? 왜???

마트 가는길 이런저런 사진들







스페인 성당은 아무리 작아도 또는 아무리 커도

들어가보면 적당한 편안함이 있다

한국 교회처럼 쓸대 없는 위압감이 없는 이유는 뭘까??

밖에서 본 만큼 내부 공간이 넓지 않아서 일까??? 그저 내 관념의 문제일까










신나게 쇼핑을 해버렸다

무려 저녁으로 25유로치의 술과 음식을 ㅋㅋㅋ  한손에 묵직하게 들고오는 기분이 참으로 좋다는 ㅎㅎ


잔뜩 짊어지도 돌아와

주방에서 이른 저녁을 준비한다.

이때  수녀님들이 오늘 도착한 순례자들을 환영하는 환영식 같은 모임을 한다고 하신다.

까리온의 알베르게에서는 항상 이렇게 수녀님들이 도착한 순례자들에게 축도와 대화를 하는 시간은 가지신다고

특히나 이 알베르게는 오늘까지만 운영하시고 내년에 다시 문을 연다고 하신다

성수기 그 많은 순례자를 맞이 하고 이제 쫑파티라도 할 날인데 수녀님들이라 그러지는 못하실 것 같고 ^^;;

주방에서 밀가루를 만죽하고 랩에 싸서 냉장고에 숙성을 위해 넣어 두고 나와서 자리에 참석했다.

각 국가의 언어로 만들어진 기도문들 나누어 주신다

마을의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참석 하셨고 순례자들도 계단까지 가득 채우고 앉아서 무슨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간단한 환영 인사를 나눈다.

기도까지 끝나고 환영의 의미로 수녀님이 리코더로 음악을 연주해 주셨다  오오!!!! 아름답다


수녀님의 연주에

순례자가 답가를 보낸다.... 이녀석 멋지게 생겼는데 노래도 잘 부른다 멋지다



이 언니는....  가수다... 정말 가수라고 하던데 ^^



아.... 뭔가 영혼이 자유로워진 기분이 든다

그러고 보니 까미노에 와서 이렇게 모여서 시간을 가진것은 처음

종종 식사는 모여서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긴 시간동안 사람들이 모여 자유로운 시간을 보낸건 처음인듯

주방에서 끓고 있는 칼국수와 밥을 보면서 나와서 음악을 듣고

편하게 쉬고 있는 겸이를 보자니   어째 잘 왔다는 생각이 더 든다 ^^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본격적인 저녁시간

다 함께 주방에 앉아서 서로의 음식을 나누어 주며 즐거운 시간 보낸다

민찬 일행은 볶음밥과 삼겹살

나는 칼국수와 밥을 담당



옆 테이블 누군가 스페인식 오믈렛을 만들어 주었다

맛...있...다.... 집에 가서 한번 만들어 먹어봐야 겠다


프랑스에서 만났던 순례자 선배가 스페인 전통주라며 알려줬던 크레마....

아..이거 맛이 깔루아다....  어느 나라에선가 이런거 마시면 게이라고 하던데 -.-;;

젠장 너무 달고 맛이 없어서 꾸역 꾸역 먹었다는 

가격만 비싸고 ㅠ.ㅠ


칼국수를 대박 만들어서 이리저리 나누어 주고

오늘 처음뵌 어머니 두분께도 나누어 드렸더니 잘 먹었다고 김을 몇장 주셨다

급하게 김밥을 만들어서 투입!!  인기 폭발 ㅋㅋ

식탁에 폭풍이 치고 있다 ㅋㅋ


씬나게 먹고 만족한 겸



자...저녁도 먹었겠다 한잔도 했겠다

발그레한 얼굴로 단체컷 한장 찝어 봅니다.



단체 사진 찍겠다고 삼발이에 올렸다가 떨어트려서 UV필터가 깨졌지만 -.-;;

그래서 사진에 잘 보면 빛이 퍼진것이 보인다

여하간 간만에 행복한 저녁식사시간을 보내고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 한다.

까리온...

아마도 이 여행이 끝나도 오랜시간 기억날듯한 시간

내일이나 모래는 하루치 정도를 버스를 타고 넘어갈 생각이다 

생각보다 걸음이 늦어서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은...

되도록 일정따위는 개나 주고 싶지만 꼭 피니스테라와 묵시아를 가보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걸로...

햄버거 7유로, 바 3유로, 저녁 25유로, 숙소 10유로 


오늘은 여기까지....

아... 행복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