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승리를 기원합니다.

2013년 10월 28일 월요일

Camino Day18_10월28일(월) 비오는날은 역시 칼국수

*날씨 :
- 비....추적추적.....

*이동정보 :
- 산티아고까지 466.8Km
Burgos - Tardajos - Rabe de las Calzadas - Hornillos del Camino (18.7Km)

*이슈 :
- 흐린 하늘과 비
- 오븐으로 밥하기 + 수제비


부르고스에서 지낸 하루

이 일이 즐겁지 안았다면 분명 어제 아침의 여유가 다행스러웠을 것이고

오늘 아침의 이 시간은 불편했을 것인데

너무나도 다행스럽게도 그런마음은 들지 않는다

혹시나 하루 쉬었다는 늘어짐에 떠나는 발이 무거우면 어쩔까 싶었지만

아침에 가방을 챙기는 기분은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자의 마음과

자신을 알고자 원하는 순례자의 마음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부산사내 민찬과 웃는 얼굴로 쿨하게 안녕~ 하고 떠나고 예진도 그냥 저냥 안녕~

어제 봤던 여러명의 사람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며 우리만의 걸음을 걷기 시작한다.

알베르게 앞에서..아쉽다...



배달 요청주머니에 돈을 넣어서 맞기면 원하는 알베르게에 배달해준다.  자코트렌스
항상 그렇지만 마지막 순서로 출발하는 우리

이제 해가 슬그머니 올라오고 성당의 첨탑으로 아침해가 내린다.


부르고스 시내를 지나 오늘도 20Km만 걸어가는걸루다..

가는길에 미구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모습이 보인다.

스페인에는 돈키호테 루트가 있는것을 아는가?  ㅋㅋ

책에 돈키호테가 여행했던 길을 따라 관광상품도 있으시답니다.

물론 부르고스가 돈키오테의 주요 배경지는 아니지만 스페인의 대표적인 문학가인 세르반테스는  전국민이 사랑하는 작가임이 틀림없습니다.

까미노를 가는길에 종종 산초와 돈키호테를 만날 수 있고

첫 시작길에 있던 빰쁠로냐에도 세르반테스의 동상이 공원에 있었지요



써늘한 아침 아직 몸이 덜 풀린 겸이군

스페인의 도심지를 지나다 보면 궂이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도 지역의 설화나 소설등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놓은 동상을 종종 볼 수 있고

가끔 이유 없이 아이들의 뛰어노는 모습도 길 가운데 덩그러니 서있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들이 길에서 예술을 만난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요?


도심 외곽

역시나 커다란 공원이 있고 그 길을 걸어 갑니다.

처음 출발할때는 온통 푸른빛 이였는데 겨우 보름 정도 만에 계절이 바뀌고 나무들이 옷을 갈아 입느라 분주합니다.







어느 사이에 가을이 발 아래 내려 있었다는....



공원을 지나는데 덩그러니 서있는 오래된 주택

어슬렁 거리며 근처까지 가보니 정리가 잘 되어 있는것이 사람이 사는것 같기도 하고.....

공원 한 가운데 혼자 이렇게 산다는건 좀 이상한것 같기도....





걸어가다가....

어?....

여기는??

The Way 에서 주인공의 가방을 훔쳐간 집시(아들)과 아버지가 일행을 배웅해 주던 그 길입니다.

양쪽으로 나무들이 도열한 모습이 인상적이였는데 이렇게 지나가 보게 되는군요




이 길 끝에 철 문을 나가면 다음 마을로 가는 한적한 까미노가 시작됩니다.

부르고스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내요

안녕 부르고스~

뭐지? 했는데 묘지 되지겠음

엄.흔.아.~!

지도를 보고 시골길을 생각했는데

부르고스가 넓기는 넓으내.... 아직 도심지를 벗어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는





한시간 넘게 걸어온 길

잠시 순례자 모습의 동상 아래에서 쉬어갑니다.

동상 아래에 깨알같은 물병과 빵



부르고스를 벗어나 걸어가는 까미노는 이때 까지의 시골길 과는 살짝 느낌이 다르다.

아마 이틀간의 휴식의 이유도 있을 것이고

기차길과 큰 도로를 근처로 걸어가는 길은 얼마전 시골길의 한적함을 그립게 만든다.

겸이는 낙서만 보면 품평을 한다. 잘 그린것 같은 낙서 앞에서는 꼭 한장씩 찍어달라고...
많지는 않지만 비가 추적 추적 내리고

어쩔까 하다가 나는 카메라와 전자제품때문에 우의를 뒤집어 썼다

철벅! 거리는 길을 별 의미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늘 그러했다는 듯이 길을 걸었다



저 앞 다리 아래쪽에 아침에 보았던 익숙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민찬이다.

날씨고 이렇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는 말을 하고 같이 걸어가자고 초대의 말에

한참을 우리의 속도로 지내오고 우리만의 시간을 향 유 하던 이곳에서의 생활이 혹시나 침해(?) 당할까 쓸대없는 걱정을 한다

겸이는 나와 보낸 이십여일이 지겨울지도...아니..지겹지는 않더라도 그저 다른 사람과의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저렇게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던가 싶은 생각이든다.

겸이도 민찬이를 좋아하고 민찬이도 겸이와 이야기를 잘 나누어 주어 같이 한다고 서로 불편할 것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다리아래 피난민들 ^^


잠시 쉬는시간

9Km를 걸어 Tardajos 라는 마을에 들어선다


스페인 지도를 돌로 만들어서 해 놓으니 느낌이 색다르내 ^^

오른쪽 위 프랑스부터 이곳 까지... 많이 걸어 온것 같았는데 갈길도 많이 남았다




어느 마을이나 순례자를 위해 물은 풍족하게 제공해 준다. 걱정말자
마을 앞에서 민찬과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쉰다

담배친구가 있다는것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일이였던가

항상 일하다 휴식을 핑계삼아 더 피고 싶지도 않으면서 태웠던 담배들

지금은 잠시 쉬는시간 담배를 입에 물고 빨아 들일때의 이 느낌이 항상 좋다.

부르고스에서 저녁시간 한잔하면서 공무원 이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교도관 공무원 이였을 줄이야

이렇게 사람을 하나 하나 알아가는 일도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걸으며 점점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하늘은 더욱 어둑해 지고  아까 오던길 민찬일행은 먼저 앞서 가고 우리는 천천히 걸어서 20Km 가기로

민찬은 봐서 29Km지점의 Hontanas 까지 갈지 도 모른다고 이야기 했는데 ... 그렇게 되면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뭐.... 3주차 정도 되어가니 사람을 만나고 해어짐이 점점 익숙해 지고

먼저 가더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는 출발전 들었던 이야기를 점차 이해 하게 되었다.

하늘을 부드럽게 휘도는 구름

2Km 정도 더 걸어오면 Rabe de las Calzadas 라는 마을이 나온다

Calzadas 라는 단어가 "도로들"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2개의 옛 로마 도로가 합쳐지는 곳이라 지명에 이런 단어가 들어 있다고 하는데



마을을 들어서 썰렁하니 뭐라도 좀 먹고 가자 싶으다

나도 커피한잔이 땡긴다.

가이드 북에는 오후에만 문을여는 바에서 음료만 판다고 되어 있었는데

마을 초반에 있는 가게에서는 뜻밖의 환대를 받았다.

들어서서 보니 많은 순례자들이 자기나라의 돈을 벽에 붙여 놓았다.

역시...한국인들 많이 온다고 하더니 천원짜리가 여기저기 보인다.  장하다...여기까지 천원짜리를 들고오다니...

나도 가방 재일 아래쪽에 만원짜리 두어장은 있을 것인데... 꺼내기 구찮다 ㅋㅋ



돈의 여백에는 감사와 다른이들의 안녕을 비는 글귀들이 가득했다.


바에 보니 또르띠아(스페인식 오믈렛)도 있어서 한조각과 보카디오를 주문하고 커피를 들고 겸이와 돈이 붙어 있을 벽을 구경하고 있자니 사장님이 한국인 이냐고 물어 보신다.

순례길에서는 일본인이나 중국인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출발 초기 뿐이다. 중국인은 거의 볼 수 없고 일본인이 일부 있으나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는...

한국인이라고 하니 한국 사람들 좋다고 칭찬을 어찌나 하는지 무안하더라는 ^^

옆에 장식대 위에 한국사람들이 고맙다고 주고간 책갈피, 인형, 등등을 보여 주면서 자랑을 하는데 주름 많은 나이든 사람의 얼굴이 저렇게 화사하다는 것이 너무나 부러웠다

나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부러울 정도로

조금있다 서랍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성모마리아의 모습이 들어있느 작은 펜던트를 주신다
고급 스럽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것 이였지만 순례자를 위한 이런 정성이 항상 감사하다

실에 매달려 있는 그 펜던트를 소중히 가방에 담고 겸이와 점심을 먹으며  이곳 사람들의 호의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을을 지나 이제 오늘의 목적지인 Hornillos del Camino로 향한다



호의 (favor)란 타인에게 친절을 베푼 어떤 사람에 대한 사랑
- 스피노자, 에티카 - 

호의의 대상은 항상 타인이였다.

서로 잘 알고 있는 사람간의 호의란 사실 사랑에 더 가까우므로

호의라는 단어로 폄하한다면 서로 잘 알고 있다고 믿었지만

서로 잘 모르는 사람이였다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의 호의는

앞으로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하는 소중한 느낌이고

그러한 사람에 대한 나 또한의 호의를 통해 사랑을 기대하고 살아간다.


물론 아무에게 이렇게 까지 깊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지나가다 만난 타인의 호의는 어떻게 보면 그와 나 사이의 관계라기 보다는

그가 다수에게 배풀고 있는 호의 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 나또한 그 사랑의 감정에 전염되어

그는 모르는 내가 만난 타인들에게 호의가 전달 되어 점점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 되어지는.....


아들과는 이렇게 까지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아직은 자신의 감정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다른사람에 대한 이해가 적기때문에...

하지만 좋은 느낌이라고...

너도 이렇게 다른사람에게 한다면 그사람은 너에게 호의적이 될 것이라고

주고 받는 관계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푸는 것이 진정 이런 느낌으로 느껴지는 것이니

잊지말고 살아가면서 이런 느낌이 들면 충실하게 느끼고 생각해 보라고...

내가 가진 호의가 폄하되어 상처 받을까 걱정하지말라고

그저 느낀 감정에 솔직하고 이해 하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만족시키려 하지 말고

솔직하게 살아보라고 이야기 해본다....



8.1Km  우리걸음으로 2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하겠다.


이제부터 순례길에서 본격적인 중간부에 들어선다.

메세타...여름철 순례자들에게 선망이자 공포(?) 스러운 끝없는 고지대의 평원

끝없이 펼쳐지는 밀밭과 지평선이 순례자들을 기다린다고 한다.

스페인 땅 자체가 그렇게도 하지만 이곳은 기본 해발 800~1000m 수준에서 평원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대충 근처 산들이 해발 600m 미만 이다)

비가 내리고....많지 않은 비였지만 하루종일 추적추적 내린 비는 땅을 질척하게 하고 평소보다 걸음의 속도는 더욱 느렸다.

비때문에 카메라는 가방안에 넣어졌고 별다른 이변없이 

겸이와 나는 같이 걸어가며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드디어 도착한  Hornillos

순례자의 이정표를 남겨보았다.. 나중에 프로필 사진용으로 써야지 ㅋㅋ



알베르게는 순례길을 가다보면 성당옆으로 있다고 해서 그냥 마을로 걸어들가던중

저 앞에 한 무리들.... 순호다 ^^

피곤해 하는 사람들 억지로 끌어다 와인을 먹였던 ㅋㅋㅋ

워낙들 잘 걸어가는 사람들이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또 만났다

잠시 길에 서서 나누는 이야기  이들은 오늘 다음마을까지 간다고 한다...

오후가 많이 지났는데 도착하면 많이 피곤하겠다 싶어 서둘러 인사를 하고 떠나 보낸다

웬지 부러운 젊음(순호 빼고 ㅋㅋ)




들어온 알베르게는 시설의 깔끔함으로 이야기 하자면 좋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오래된 성당과 역사가 느껴지는 건물

윗층의 숙소를 나와 아래층의 식당에는 운치있는 벽난로와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주방이 잘 마련 되어 있었다.

아쉽다면 까스불이나 핫플레이트가 없고  오븐과  전자레인지만 있더라는

저녁을 어찌할까 고민을 하던차

먼저 도착한 민찬과 예진을 만났다   저녁은 어찌할지 물어보니 마을에 유일한(?) 바에서 먹을것이라고 하는데 그다지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며 ^^;;


알베르게에서 내다본 마을

아까 마을에 들어서던길

겸이는 따뜻한 국물이 땡긴다고.... 면도 땡긴다고...

가방에 밀가루가 조금 남았길래 저녁으로 수제비를 해주기로 했었다

그래...말해 준게 있는데 불편해도 오늘 저녁은 수제비로!!!


주방에 내려가 냄비까지는 대충 줏어왔는데  (짝 맞는놈이 없어!!!)

오븐뿐이니 어쩔까 하다가 그냥 한번 해보기로  (난 인덕션 오븐으로 음식 만들어본적이 없다)

밥을 오븐에 넣고 돌리고 옆에서 밀가루를 반죽해서 치덕 거리다 보니

수제비보다 국수는 어떨까 싶어서  반죽을 펴고 돌돌 말아 잘라보니

대충 면 형태는 나오더라는




우앙 ㅠ.ㅠ   오븐에 한 밥은 완전 개판이 됬고.....  물 더부어서 삼십분 더돌리고...

음식 만드는대 두시간 걸린듯....

여하간 어떻게 어떻게 익었고...

칼국수 냄세는 지하카페테리아 겸 식당에 가득했고...

힘들었던 사람들 저녁먹으러 나갔고...

결국 사람들 다 밥먹고 들어와서 벽난로 앞에 둘러 앉았을때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옆에 캐나다 아가씨 칼국수 좀 나눠주고(반응 좋던데? ㅋㅋ)

겸이와 그 많은 국물과 밥을 쓸어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진실이다.

민찬이도 나중에와서 한그릇 먹고 겸이와 먹을만 하다는 칭찬에  만드느라 깨진 맨탈은 어느정도 복구 되었다는 -.-;;

그렇게 빡센 저녁식사가 끝나고 피곤한 몸을 던져 오늘을 마감한다.


무념무상

아따 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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