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림, 오후에 비가 잠시 내렸지만 심할 정도는 아닌
*이동정보 : 20Km(산티아고까지 707.6Km)
- 쭈비리(Zubiri) -> Larrasoana -> Akerreta -> Zuriain -> Irotz ->Trinidad de Arre -> Bulada -> 빰쁠로냐(Pamplona)
*이슈 :
추적추적 내리는 비....만사가 귀찮은 하루...저녁메뉴 선택도 꽝이였던....
bar 두번 : 6.4유로
숙소 : 18 유로 (1인 9유로)
저녁 : 20 유로 (뽈뽀,타파스, 아이스티, 맥주)
06:00 기상
밤사이 알베르게 앞으로 질주하는 트럭 소리에 잠시잠시 깨기는 했지만
피곤했던지 깊은 잠에 방해를 받지는 않았다.
6시면 떠지는 눈... 여행을 떠나면 사람이 부지런해 지는가 보다.
매일 매일이 소풍같아서 그런것일까?
부엌에는 역시나 나혼자, 어제 식량주머니를 꺼내오기 귀찮아 테이블 구석에 놓고 갔는데
역시 아무도 손은 대지 않았고 아마도 자리가 부족했던지 다른 먹을것 들과 구석에 얌전히 놓여있다.
여행을 떠난 초심자의 마음은 항상 불안하다...잃어버릴까봐, 누군가 내것을 빼앗을까봐....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그런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흘리고 온 것은 내가 그런것이니 어쩔 수 없고
여행자를 궂이 털어먹고자 하는사람을 만났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는일
아마도 나는 다 자란 남자라 그런것에 연연하지 않는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리산 산장에서 스틱을 도난당했다는 소리.... 찜질방에서 헨펀을 도난당했다는 이야기...
하다못해 한국사이트에 있는 순례길 중에서 강도(?)를 당했다는 살벌한 이야기...
살면서 정말이지 흔하게 발생하지 않는 일을 이유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하지 않거나 다른사람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여행중에 물건에 대한 이야기로는 "견물생심"
괜시리 예쁜 가방에 눈에 띄는 패션을 할 필요도...비싼 카메라를 목에 달랑 거릴 필요도...
복대를 했답시고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 배속에 손을 넣어 뒤적 거리지도 말아야 한다.
그저 지갑에 적은 돈을 넣고 편하게 시간을 지낸다면 큰 걱정이 없다.
(ATM이 여기 저기 많이 있다 큰 돈 들고 다니지 말라...
아니면 큰 돈은 가방에다 넣어 버리고 호주머니에 50유로 정도만 넣어서 다니자...충분하다)
어제 가게에서 구입한 "크림치즈 스파게티"
물 세컵을 넣고 봉지를 뜯어 넣고 끓이면 크림치즈 스파게티가 완성된다.
뭐 이정도면 그럭저럭 괜찮다. 토마토 파스타가 질릴때 쯤 되면 까르보나라도 괜찮다.
그리고 혹시 주변에 양파나 먹다남은 해산물(?) 이라도 있으면 집어넣으면 훌륭하다.
레시피따위는 없다. 그냥 넣고 끓이고 먹는거다. 맛있다.
빵과 파스타로 아침을 먹는 우리..
아무도 아침에는 뭔가를 해먹지 않는다.... 괜시리 쪽팔리기도 하다만... 어쩔!
다들 출발하고 역시나 우리는 꿈지럭 꿈지럭....
8시에 나가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그냥 시간되면 호스피텔라노가 와서 정리하나보다.
출발시간은 8시가 훌쩍 넘어 30분이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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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40이라는 의미는....39년도에 만들었다는 뜻일까?? |
뻣뻣하게 서있는 겸이 사진을 한장 찍고
밤새 우리를 품어주었던 알베르게를 떠난다
아디오스(Adios~)
마을 마다 있는 성당
스페인의 길을 가다보면 가끔 정시에 마을 근처에 가게 되면 종소리를 듣게 된다.
처음에는 녹음해 놓은 스피커소리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실제 종소리 (스피커로 하는곳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설마 사람이 한시간 마다 타종을 하려나????
그건 아니고 잘 보면 타이머로 시간이 되면 종을 치는 줄을 당겨서 타종을 하게 되어 있었다.
상암동이 완전 깡촌인 시절에 교회사택에서 몇 년 살았는데
그 때 작은 종탑에 종이 있었다. 물론 스피커로 종소리를 울리기는 했지만
가끔 재미로 내가 줄을 당겨 종을 치기도 했더란다.
그리고 그때는 시간마다 종소리가 아니라 아침, 정오, 저녁에
그리고 주말에 예배시작 전에 종소리를 울렸던것 같다.
노틀담성당의 12시 타종을 듣고 나서부터 그때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
부모의 이혼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알지도 못할 그때
혼자 인척집에 맞겨졌고 엄마에게 덥썩덥썩 오백원씩 받아서 과자를 사먹던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나름 청교도 적인 교회 사택 생활에 미칠듯이 답답했던 그때가 생각났다.
아스팔트 도로와 잘 정리된 마을 중심을 벗어나 다리를 건너간다.
Arga 강이다.
오늘가는 길은 이 강을 따라 목적지인 빰쁠로냐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마을을 지나는 옛 길과 강을따라 만들어진 우회로가 있다고 한다.
어디로 갈지는 가다가 봐서....
오늘의 코스
22.8Km.... 가이드북과 길에 있는 표지판들의 거리나
산티아고 까지의 남은 거리의 표시에는 차이가 있다.
가이드 북에는 20Km 라지만 이 표지에서는 22.8Km
어쨌든.... 몇키로 차이가 무슨 대수라고
약한 비가 내려 가방에 커버를 씌우고 걸어가는 겸이의 뒷 모습
노란색 풍뎅이(?)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 멀리 어울리지 않는 공장은 마그네슘공장이란다.... 마그네슘......
알미늄포일이라도 만드는 곳인가?
흐...공장지대에 있는 간판..까미노 조개표시가 있어서 봤더니 공장에서 세워놓은것인가 보다.
마그나...마그네슘 공장이라고 회사이름을 마그나라고 만든 것일까?
공장지대 끝났으니 길 잘 가란다...그래 땡큐다.
엄흔아....비가 좀 많이 내리려나....
가던길 카메라는 비닐에 싸서 슈터에 집어넣고 우의를 걸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굵어지는듯 하더니 많이 오지는 않지만 추적추적 계속해서 비가 계속된다.
방수카메라는 어제 버튼을 잘못 눌렀었나 보다....
장장 1시간의 시커먼 화면이 녹화되있고 켜자마자 꺼진다..베터리 방전 -.-;;
가방에 걸친 빨래는 마르지 않고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5Km정도를 별 말 없이 조용히 길을 걸었다.
비가오니 집 없는 민달팽이들이 길 위로 올라서 느릿느릿 다닌다.
아...이거 실수로 밟아서 죽일까봐 나름 신경 쓰인다.
처음에는 달팽이일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겸이가 쭈그리고 앉아서 보더니 살아 있다고 해서 봤더니 민달팽이....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다.
겸아 되도록 죽이지 않도록 조심해서 걸어가자꾸나...
스텝이 자꾸 꼬인다.... 망할놈들...
5Km를 걸어 라르소나라는 작은 마을에 들어섰다.
동내가 예쁘다...
스페인 아줌마들의 핏속에는 플로리스트의 피가 흐로고
집 짓는 아저씨들은 인테리어능력이 뼈에 들었나보다 ㅎ~
잠시 앉아서 쉬는사이 집 앞 정원에 놀고 있는 냥이군
자판기에서 뽑은 콜라와 어제 샀던 빵(아직 남았다)으로 간식 타임
좀 웃어라이 이놈아!!!!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더니 불쌍한지 함 웃어주심
이렇게 마을이 종종 있으면 자주 쉬어서 도착시간은 늦어지지만 가는길에 힘듦이 적다.
하지만 가끔 마을에서 너무 퍼져있다가 시간이 늦어질때면 마을을 서둘러 지나쳐지나가게 된다.
우리는 가이드북에 있는 마을에 도착하는것이 오늘의 목적일까
아니면 이 길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목적일까
다리가 아프지만 거리에 맞추어 또는 출발한 시간에 맞추어
걸어가는 이시간은 수단인가 목적인가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다리에서 간만에 둘이 사진을 찍어본다.
출발하던날 부터 겸이와 조금 친해보려고 하는시츄에시션
쉴 때 가이드북에서 해당 마을에 대한 설명을 읽어준다.
처음에는 그냥 뚱 하니 듣기만 해서 듣는건가 마는건가 했는데 오늘은 웃기도 하고
내용도 물어보곤한다. 그래 조금씩 조금씩 해보자 달랑 몇 일만에
이정도 이야기 하는것도 신기할 나름이다.
아케르타라는 마을을 들어선다.
마을은 작지 않은데 호텔 하나빼고는 알베르게나 편의시설이 없단다... -.-;;
바 라도 하나 만들어놓지...마실것도 없고...그냥 골목길을 지나 아쉽게 지나가는길
가던길 길 옆으로 강이 가깝길래 가방을 던져놓고 차가운물에 발을 식힌다.
겸아....배는 빼고 찍어달라고 부탁해짜나...... ㅠ.ㅠ
강이라고 하면 큰 강만 생각하고 살다가
몇 일 작은 샛강들을 보며 지내다 보니 아기자기한 맛에 빠져드는듯
Arga강 영화에서나 보던 풍경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약간의 설레임이 같이 한다.
물장난하는 철딱서니없는 아빠를 버려놓고 아드님은 자리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뭔가 좀 따뜻하고 달달한것을 먹고 싶은 시간
12시가 다 되었다.
하루종일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발은 뜨겁고 손은 시려운대 땀이 나는...참...묘하내...
가이드북에 이 동내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글을 보고 실망 만땅이였는데
Bar가 똭~!
가이드 북이 100% 맞지 않다고 투덜거리지 말자
길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없어지고 있다...살아있다...
까미노 마크와 이쪽 지역의 마크인지 도마뱀?
커피도 맞나고 간만에 만난 bar라 기쁜마음에 스템프도 찍고~
겸이도 기분이 좋은지 간만에 자기가 모델 자청!
커피와 음료수에 가방에 빵과 오늘도 아침에 만들어온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빰쁠로냐까지 8Km 남았심~! 온만큼 가야 한다는!!! 아 개힘들다~!
빗방울이 굵어지고 우의를 뒤집어 쓰고 가는길.... 더 힘들다 .
비가오는 덕에 사진은 없다.... ㅎㅎ
5Km정도 걸어서 Trinidad de Arre (Arre) 에 도착했다.
강이 꽤 넓어졌다. 다리의 아치는 여러개로 만들어졌고 아래에 강물은 제법 물 흐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1Km조금 더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빰쁠로냐 되시겠다
소몰이축제와 해밍웨이의 도시
처음으로 만나는 스페인의 큰 도시 그리고 몇일 만에 사람많은 동내를 간다는 기대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도착하니 급격히 피곤함이 몰려든다.
배는고프고 지리도 모르니 겸이를 대리고 식당에 후딱 가야하는데... 가이드가 엉망이다.
겸이는 피곤해서인지 기분이 좋지 않아보인다. 그래도 별 말은 없이 묵묵히 내 뒤를 따른다.
생존의 문제인지 깨달은 것일까? ^^
여하간 이정도 잘 참아주는 것도 대단하다
저녁은 빰쁠로냐 성 안을 돌아다니다가 bar에서 뽈뽀를 시켰는데
어른 여럿이 술안주로 모를까 저녁식사용으로 좀 아니다 싶으다.
빵은 딱딱하고 뽈뽀는 짜다 -.-;;
15유로 우리돈으로 2만원 정도 하는데 반 정도 먹고 GG
다행이 겸이는 이곳에 고기전에 버거킹에서 행버거 하나를 먹어서 배고프겠다는 걱정은 덜었다
어린양다리 구이를 먹어야 하는데 어디서 먹을 수 있는지 알 길이 없으니 ㅠ.ㅠ
(아직 이곳에서 바, 매종-선술집-,레스토랑....구분을 잘 못했다는)
내일 하루 더 이곳에 머물까 생각하고 있다.
이틀을 20Km씩 걸어오면서 날씨가 춥고 비가 추적추적 하다보니 체력소모가 심했나보다
겸이가 영 컨디션이 좋지 않은듯...
거기다가 비가와서 빨래가 하나도 마르지 않아서...아...이거 난감하다.
10월의 알베르게에서는 난방을 하지 않는다. (스팀에 널어놓으면 양말이라도 말리면 되는데..)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알 것이다. 군대에서 가장 추운때가 늦봄, 초가을이다....
겸이와 이야기 하다가 내일은 성 안에 호스텔이나 알베르게에 가서 하루 더 지내보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근데 빰쁠로냐에 대한 사람들의 찬사와는 다르게 나는 웬지 이질감이 느껴지고 불편하다.
그냥 깨끗한 알베르게가 있으면 다른 도시로 넘어가버리고 싶더라는...
딴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말도 잘 안통하고 뭘 해야 할 지 몰라서 그런 것들이 불편했을 것이리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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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파스먹는 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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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뽈뽀는 갈리시아지방에서 먹자.... |
이곳에는 알베르게가 세곳있다.
나는 도시로 들어오는 다리를 건너 공원에 있는 알베르게에 들어왔다.
대부분 성 안의 알베르게에서 머무는듯하다.
한국인이 없어서 좀 심심하기는 하지만(큰 도시라 한국인 만나면 같이 한잔 할까 했는데...)
뭐...어짜피 있어봐야 겸이 챙기느라 놀지도 못하고...
일단 내일 호스텔 헤밍웨이를 찾아가보고 하루 푹 쉬면서 생각좀 해보자
겸이는 말랑말랑한 발바닥을 유지하는데....나는 오른발 앞쪽에 물집이 하나 생겼다..
아~ 거슬려...잽싸게 준비해온 바늘에 명주실을 끼워 찔러넣었다.
물집 잡혀서 터트려 보기는 18년만이다 ㅋㅋ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날씨탓인지.... 겸이랑 별다른 이야기 없이 열심히 걷기만 했다는...
긴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조용히 걸어가는 시간도 괜찮은 경험이다.
머리가 텅 비어가는 기분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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