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간 흐림, 걷기 좋은 날씨
*이동정보 : 17.8Km(산티아고까지 652.8Km)
- 로르카 Lorca ->Villatuerte -> Estella ->Ayegui -> 몬잘딘 Villamayor de Monjardin
*이슈 :
- 하드디스크를 찾아서....
- 공짜포도주
- 사설알베르게 더블룸
07:30
이른도착으로 여유있었던 오후
작은 마을
북적거림 없이 조용했던 저녁시간
딱 네명이 들어가는 작은 방
순례길에 올라선 후 전과 다른 여유를 찾게 되었고
그 여유가 나와 겸이의 간극을 매꾸어 주는 아교역할을 한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길에서
오늘은 더할 나위 없이 가뿐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주인인 호세는 저녁에 퇴근해서 9시 나 되어야 출근한다고 하니
보통은 순례자들이 알아서 챙겨먹고 나가리라
아직 잘 자고 있는 내 위와 겸이 위 침대의 연인(나이가 좀 많으신 ^^)과 겸이를 두고
주방에서 커피를 한잔 들고 내려갔더니 마침 현아씨가 출발준비를 마치고 건너편 알베르게 앞으로 나온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보여서 다행이다.
어제 천천히 걸었으니 오늘 열심히 걸어볼 요량이라고 한다.
혹시 어제 오후에 내가 느꼈던 그런 느낌도 들었을까?
해가뜨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곳을 떠나지 못할것 같은 기분
청소를 하고 문 닫을 시간 호세가 공짜로 준 위스키를 마시며 나누었던 짧은 대화에서
까미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묻어나오는 회색 빛 단어들에 웃기는 했지만 마음속 가라앉는 기분이 자리잡았고
혹시 나도 저들처럼 이곳에 눌러붙어서 떠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다친몸을 추스리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이곳에 잠시 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쩐지 이들의 마음의 상처가 드러나는 것 같았고 그 상처가 나에게도 있을까봐
두려움에 가까운 기분이 들었다.
다행이 나에게는 아들이 같이 하고 있다. 훌륭한 백신이고 에너지바 역할을 해준다.
8시가 되어서야 주방에서 밥을 하고 챙기다 보니 다들 그다지 바쁘지 않게 일어나 인사를 나눈다.
"부에노스 다아스~" "굿모닝~" "하이~"
어제 1층 PC에서 사진을 업로드 한다고 걸어 놓았던 하드 디스크를 빼오지 않았다.
어느사이 반 정도 채워진 디스크를 비워놓지 않으면 나중에 메모리가 부족할까봐 어제 업로드를 걸어놨는데...속도가 너무 느린지라 잠시 잊어먹고 그냥 문을 닫았다.
경모에게 호세 출근 시간을 물어보니 9시 정도에 온다고
지금은 8시 30분 쳇...어짜피 하드디스크 챙기지 못하면 가지도 못하니....
겸이에게 빨리 준비하라는 닥달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호세의 늦은 출근!
9시가 넘어서 출근한 호세에게 한마디 한다 "유아레이트!!!" ㅋㅋ
아침밥 먹고 가겠다고 어제 예약했던 순례자들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둘 정도는 그냥 떠났고
세명 정도가 그냥 저냥 기다리고 있었던 아침이다.
당나귀에 짐을 올리고 연인과 같이 걸어가던 순례자. |
HDD를 챙기고 마침 카운터에 보이는 과일을 팔라고 했더니 선뜻 사과 두알과 바나나를 내민다.
어제 저녁에 아끼면서 들고 다니던 소주팩을 줬더니 대접이 좋다 ^^;
(사람들이 다들 아쉬워 한다!! 그걸 그냥 그렇게 줘버리고 마느냐고! )
그래도 받은게 있으니 북마커를 하나 쥐어주고 출발한다.
9시가 넘은 시간 오늘은 어디까지 갈지조차 고민하지않은 출발시간
에라...될대로 되라지...걍 책보고 써진대 까지 가보자~!
호세~ 기억할께~! |
이제 보니 겸이 표정도 좋아 보이고 한동안 피로에 힘들기도 했던것 같다.
그저 끊임없는 길이다.
휘엉청~휘엉청~구비~구비~ 오르락~ 내리락~ 걸어가며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대화들을 나눈다.
내 머리에 그 대화의 내용이 필요한것이 아니라 그때 그 시간을 함께 지내고 온 그 기억이 소중하다.
걸어가던길 굴다리에서 잠시 쉬어 가며 둘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차 한대가 몇 미터쯤 지나서 선다
"뭐지?"
할아버지 한분이 뒷자석을 뒤적뒤적 하시더니 느린걸음으로 걸어오면서 무엇인가 우리에게 들어보인다.
할아버지는 별 말도 없이 토마토를 쥐어 주시고는 손을 들어보이며 힘차지는 않았지만 깨끗한 목소리로 인사를 전하고 돌아서신다.
"부엔까미노"
순간 당황했다고나 할까? 허겁지겁 인사를 하고 겸이와 사태파악을 하던중 이미 차 시동을 걸고 계신다.
급하게 가방에서 기념품 하나를 꺼내어 드리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는데 할아버지는 웃지도 않는 표정으로
"음~~" 하고는 손을 흔들며 떠나버리신다.
시크하게 떠나시는 할아버지 |
처음에는 무슨 순무우를 주나 했는데 토마토다....겸이 얼굴만하다. ㄷㄷㄷ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
질문이라고 했다치면 같이 순례라도 할 작정인지 끝까지 길 안내를 하시는 지팡이 짚은 할머니
집 앞 무화과 나무에서 딴 무화과를 담넘어 건내는 아주머니
살아가는데 힐링이라고 하는 위로는
말로 받는것 보다 이러한 보살핌을 받는다는.,..사랑받는다는 느낌이 필요한듯 하다.
Villatuerta 에 들어선다. 6Km정도 걸어 왔군
지하수를 퍼올리고 있던 풍차 |
어제 짧게 걸었다는 생각에 바지런을 떨어본다.
덕분에 아무기억없는 마을
Mayor거리를 지나가면서 스치듯 찍어놓은 성당과
과거의 교황이였을 누군가의 동상을 찍었던 사진만이 내가 이 마을을 지났다는 증명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을 살아갈때가 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스치듯 지나감이 아름답다고도 하고
지나간 시간(여행)에 남는것은 사진이라고 열심히 사진을 찍거나 찍히기도 한다.
나는 그 중간에 서있고 싶다.
뷰파인더에 가려져 그 시간을 보지 못하는 짓을 하기 싫고
그렇다고 지나간 시간에 흘려보내버리고 싶지 않다.
가끔은 산위 너럭위에 신을 벗어놓고 눈앞 풍경을 응시하고 누워서 하늘을 본다
끝이 없을것 같은 계단을 오르다 입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오면
사진을 핑계로 쉬면서 내가 걸어올라온
타인에게는 아무 의미 없을 듯한....하늘도 없고...그저 나무와 계단만 있는 사진을 찍어놓는다.
그리고 집에와서 사진을 정리하는 시간
엉망이고 렌즈에 습기가 끼어 뿌옇기만 한 그 사진이 나를 증명한다.
하지만 그 사진을 내 사이트의 메인으로 올리지는 않는다.
아직 다른사람에게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을 나이라(?) 다른사람이 공감해 주지 못할 것 같은 사진을 올려놓고 나 혼자 즐길 위대함은 나에게 없다.
하지만 이번여행은 조금 다르다
내 작가주의적인 말과 남겨놓은 사진을 보고 공감해 줄 사람이 같이 가고 있다.
뚜벅 뚜벅 4.1Km
Estella (에스떼아)에 도착했다. 나는 여전히 그냥 영어식으로 에스텔라라고 부른다.
영어와 의미도 같다 "아름다운 별"
도시에 들어서기 전 입구에 있는 순례자를 위한 쉼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쉬어가기로 했다.
가이드북을 참고하면 원래 이 마을은 어제 부지런히 왔다면 도착해서 하루 묵어갔을 마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에 들어와 북적대는 알베르게에서 반갑게 인사나누며 와인을 나누었을 동네
그냥 스쳐가듯이 지나갈 마을이지만 어제의 편안함이 너무 좋았던지 아쉽지는 않다.
겸이는 로르까에서 하루 더 머물면서 쉬는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했었다.
내가 그런이야기를 슬쩍 흘렸었기에 가진 기대
그러니 아침시간 기대에 찬 눈으로 하루 더 쉬어가는거 맞냐고 물어봤겠지
그래서인지 오늘은 유난히 오래 걸어오지 않았는데도 기운이 빠져보인다.
지팡이와 호리병 |
조개 |
에스떼야는 Aga 강을 끼고 발전한 마을이다. 요 몇일 시골 마을만 지나왔던 터라 오랜만에 많은 집과 사람들을 본다.
San padro de la Rua 성당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성당으로 멀리서 봐도 지어진지 수백년 된 건물의 고풍스러움에 끌린다.
출입문이나 회랑의 모습이 이슬람풍이라 다른 성당과는 다른느낌이다.
길을 가다가 발견한 조개들 길 바닥에 까미노를 따라 뿌려져 있다.
마을? 도시? 가운대의 회전 교차로
이름대로 별 모양의 조형물이 순례자에게 이곳에 에스떼야라는 것을 상기 시켜준다.
까미노를 가면서 도심지의 이런 순환 교차로에서는 길을 일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야기 하느라 바빠서 자칫 생각없이 걸어가다 보면 왔던길을 돌아가야 하기도 한다.
길을 건너기전 전너편의 화살표를 확인하고 갈 방향을 정하고 길을 건너자 ^^
시간은 1시가 가까워 오고
도심지 안에서 길바닥에서 빵을 먹기도 뭐하고....
겸이는 피자를 노리고 있다. 그랴 언제 또 피자 있는 마을을 올 지 모르니 있을때 먹어두자
걸어가면서 피자 가게를 그리도 찾았건만 보이지 않는다 -.-;;
피자 가게를 찾아서 삼만리를 하기에는 배가 고픈듯 가던길에 문을 열고 있는 바에 들어서서 햄버거를 주문해서 점심을 해결한다.
바에 들어서자 아저씨 한분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웬지 맛나 보여서 나도 콜라 대신 맥주로 주문을 했는데...
실수한듯... 겨우 이 한잔 마시고 오후 내내 컨디션이 난조로 고생하고...
그러고 보니 이날 이후로 걸어가는 중간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무엇인가 엄청 서운하다.
마을도 크고....뭔가 먹을것 도 많고... 볼 것 도 많을 것 같은데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은 햄버거는 한국인인 우리에게 어쩐지 결핍된 느낌이고
간만에 만난 도시의 번잡함에 까미노 표지를 따라 허둥지둥 마을을 벗어나고 있었다.
이건 대체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대도시는 아닌터라 그리 걸어가다 보니 어느사이 마을 외곽으로 들어섰고 한산한 도로에 퍼질러 앉았다.
분명히 햄버거를 먹고 밖에서 담배도 한대 태우고 겸이도 TV를 좀 보다가 여유있게 쉬었다가 나온것 같은데
어쩐지 처음 레스토랑을 갔을때 칼질을 못해서 허둥대기 시작하면서 식사시간이 악몽이 되어...결국은 도망치듯 식당을 벗어난 촌놈 같은 기분이다.
마을 들어설때만 해도 기대 되고 기분이 좋은 에스떼야 였는데 단 한시간만에 왜이리 찜찜한 마음으로 마을을 벗어나고 있는것일까?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한적한 시골과 조용한 걸음의 익숙함이 갑작스레 침해 받은 듯한 마음에 상처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익숙해짐이란 그리 오랜시간이 필요한 일이 아니지 않을까
다음 마을은 얼마 가지 않아 Ayegui라는 마을이다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이런저런 편의시설과 알베르게도 있다.
이 마을의 알베르게에서는 까미노를 100Km 이상 걸어왔다는 증서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시장이 까미노를 여러번 걸어보고 나서 후원하는 알베르게(공립)에서 Ayegina라는 증서를 발급해 준다고 한다.
우리는 오늘 Monjardin 이라는 마을까지(17.8Km) 가보기로 한다.
다음마을인 Los Arcos까지는 추가로 12Km를 더 걸어가야 하기에 하루에 28Km는 좀 무리다 싶고
아까 겨우 맥주 한잔먹었는데 몸이 늘어지는것이 어제의 여유가 정신적인 데미지를 좀 준것 같다.
이곳은 술을 한잔 마신다는 사람들에게는 어쩐지 성지(?) 같은곳이리라
수도꼭지를 돌리면 와인이 나온다는
이 사진 까미노 하면 다들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봤을곳이다.
건물벽에 두개의 수도꼭지가 있고 하나는 물이 나오고 하나는 와인이 나온다. 오~~~!!!!
하지만 컨디션 난조로 인하여 와인이 엄청 땡기거나 하지는 않다.
마셔본 느낌은?
으흠....보졸레누보에 약간 물탄듯한 맛? ^^
훌륭하다고 말은 못하겠지만 못먹을 맛도 아니다. 그래도 술이라고 두어잔 마시니 효과가 난다
한참 사람이 많이 다닐때는 술이 떨어지기도 하고 병에다 와인을 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다른사람을 위해서 적당히 담아가도록 하자..
어제 발바닥에 따끔한 느낌이 있었는데 물집이 생긴듯 하다.
아침에 걸어오면서 처음에는 조금 거추장 스런 느낌이더니 이제 따끔한 감촉이 확실하게 든다.
길에 앉아서 신발을 벗어놓고 바느질(?)을 한다. 이미 터트린 물집옆으로 또 하나 잡혔다.
발 앞쪽으로 양쪽 발에 물집이 잡혀서 실을끼워 뺐는데....그 안에...그리고 그 옆으로 물집이 점점 확장되어간다.
이게 어느정도 물집이 생기면 더이상 생기지 않으려는지...
떠나기전 한산한 이라체의 포도주샘에 감사를 표한다.
같이 외지 생활시작한지 2주가 되었다.
겸이가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라던지 말하는것이 조금은 편해 졌다.
여전히 아침 출발시간 속이 터지는 심정이지만 이런 마음자체가 문제임을 알기 때문에
문제를 대하는 자세를 바꾸기 위해 겸이를 기다린다
언제인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줄 수 있을까
그 전에 내가 그 대상이 되어 줄 수 있느냐가 관건임을 알면서 그렇게 못한 자신이 바뀌었으면 한다.
사람은 그리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노력은 해 볼 수 있는것이고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둘 수 있는 방관자적 입장이 차라리 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이라체를 지나 바로 시작된 작은 산을 넘으면
저 멀리 다음 도착지가 어렴풋이 보일 정도로 펼쳐진 길을 걸어가게 된다.
Azqueta 라는 마을이다.
이제 오늘의 목적지 까지 2Km 남았다. 거의 다 왔는데 이미 몸은 축~축~! 늘어진다.
맥주 한잔과 와인 두잔이 이리도 사람을 늘어지게 하다니!!
마을로 들어서 가이드 북을 보니 Bar가 없단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편의시설이라고 할 만한 곳에 대한 표시가 없는것으로 봐서는 순례자를 위한 공간은 공원이 다 인가 싶다.
편의시설이 없다고 마을 인심 야박하다고 타박할 일은 없다. 아무리 작아도 마을 입구에는 순례자를 위해 마련한 의자와 나무그늘과 물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고
그것만 해도 고마운일이다.
마을 중간즈음에 작은 공원이 있어 가방을 내려두고 쉬어간다.
가방에서 빵, 과자, 쨈, 사탕..... 있는대로 꺼내어 늘어놓고 먹을만 한 것(?)을 골라먹다가 주변에 일광욕 중인 고양이들의 시선에 겸이가 빵을 때어서 조금씩 나누어 준다.
두어번 얻어먹던 작은 고양이를 밀치고 큰놈이 나타나자 한녀석이 나무를 올라타더니 한껏 기지게를 켜대고 있다.
처음에는 길을 가다 겸이가 고양이를 만질라치면 대번에
"벌래 있을꺼야 만지지마~!" 라는 말 부터 나왔었다.
지금도 그 생각이 없는것은 아니다 그저 그런 작은 참견들이 겸이와 내 사이의 벽임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말을 줄여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작은 실천을 해보고 있다...... 속이 좀 탄다 ㅋㅋ
동네 고양이 급식당번 |
시간은 흘러 흘러
목적했던 마을까지 2Km를 걸어왔다.
중세에 만들어진 샘 |
아마도 마을사람들이 이곳 까지 와서 물을 길어 갔던 것일까?
계단식으로 된 곳을 내려가 물을 보면 지금으로써는 마시기는 좀 그렇고 한여름이면 발이라도 담그어 보았으면 했겠다 싶다.
예전의 모습이라면 동내 아낙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지나가던 말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들러 주인도 목을 축이던 그런 곳이였을까
무슨 샘을 이리 거창하게 만들었는지 ^^ |
손으로 눌러서 아픈것은 아니지만 걸을때면 발바닥 전체가 아픈느낌이다.
가방이 쓸데없이 너무 무겁다 -.-;;
새로 생긴 물집은 오는길 터트려 놓고 7Km정도를 걸었더니 이미 실을타고 다 빠지고 딱 붙어있다. 아프기 보다는 그냥 거르럭 거리는 정도
못걸을 일은 아니다... 아니...어쩌면 집에서 이정도 아픔이라면
약을 바르고 절둑거리며 엄살을 떨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그랬을 것이다.
아침에 눈을뜨고 밥 준비를 할때가 가장 불편하고...
배낭을 매고 걸음걸이를 내 딛는 순간 최고점에 다다랐다가
10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어느사이 아픈느낌은 없고 뚜벅뚜벅 잘 걸어준다.
이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가방을 덜면 된다.
하지만 가방안에는 겸이와 내가 먹을것이 있고 내가 갈아입고 추울때 덮을 침낭이 있다.
자신(1인칭) 시점에서 짐을 덜어내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먹을 것이 1번이 된다.
하지만
아빠라는 입장은 너와 타인이 아닌 잡종의 경계에 있는 이상한 종 인지라
아들먹일 쨈이 유리병에 들어있어도 들고 다닌다. 좀 무거워도 어쩐지 내가 겸이의 셀파가 된 기분에 뿌듯함을 느낀다.
사랑해 주고 사랑받지 못하는 불쌍한 이 잡종은 겨우 먹을 꺼리를 가방에 이고지고 걸으면서 자기만의 생각에 도취되어 발바닥의 물집을 훈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불쌍한것일까?
불쌍하기도 하고 아니기도하다.
아들이라는 포지션에 자식을 세워두고 사랑할 방법을 찾지 못한 잡종의 그 방법이 애잔해서 불쌍하고
그래도 아직은 상대방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이 남아 있어 그 마음을 얻고자 먹을것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행복을 일어버리지 않았기에 행복하기도 하다.
겸이는 멀쩡(? 외견상)한데 나는 온몸이 쑤신다.
약간 몸살기운이 있었나 보다. 마을에 들어서 언덕을 올라가니 성당앞 알베르게
간판은 입구에 Municipal이라고 화살표만 있어서 어디에 공립이 있는지 모르겠다.
사진에 보이는 벤치에 가방을 던져놓고 둘러만 보고 그냥 포기...
그냥 여기에서 묵어가자
한명에 15유로라고....뭐...그냥 그래...하고 있는데 호스피텔라노가 꼬신다
10유로 더내면 더블룸을 쓰면된다고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다고!!!
우리돈 6만원....아.... 한국의 6만원 모텔의 훌륭함이란 어떠한가
더블사이즈 또는 싱글 침대 두개가 있는 방을 기대 했는데 올라가 보니 2층 침대가 있다 -.-;;
어쩔까 잠시 생각하다가 몸 상태가 엉망이라 다른사람 없이 편하게 쉬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40유로를 내고 더블룸에 들어갔다.
난 사진의 콘센트를 자랑하고 싶은것이다. 나혼자 쓸 수있는 콘센트!!! |
간만에 바닥에 널브러져 편하게 가방을 풀수 있어 좋아!!! |
다행이 주방이 있다(사설중에도 주방없는 곳이 많이 있다. 사먹어야 한다)
밥을 하고 파스타 면을 삶아서 카레에 끓여 카레파스타?를 만들어 먹는데 겸이가 맛나단다.
씨바...이맛에 음식하는거다
1층 주방에서 밥을 준비하는사이 겸이는 2층에 혼자 있었는데...
준비를 해놓고 올라가 겸이를 보니 헨펀을 들고 게임을 하는중이시라....
씻지도 않고 빨래도 하지 않고.... 아...결국은 또 잔소리를 주절주절 해버리고 말았다.
필시 이녀석도 씼고 먹을 준비를 함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 분명한데 눈앞에 헨펀의 게임이 너무나 하고 싶었던 것일게다...
이해는 가지만 인정은 못하겠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인상을 꾸기고 이야기를 하니 겸이는 또 저 멀리 멀어지고....찝찝한 마음으로 밥을 먹고 올라가 빨래를 하고 드라이어를 맞긴 후 침대에서 잠시 뒹굴 거리는데.... 뭔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밖은 이미 해가지고 어둡고 작은 가로등 하나가 이 마을의 중심가(?)인 작은 삼거리를 밝히고 있다.
아까 7시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를 들었던 터라 겸이를 대리고 밖으로 나가 성당앞으로 가보았다.
잠시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데 이미 미사는 성찬식까지 끝내고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아까 짜증냈던 것이 미안함에 변명하기 위해 주억거리다
말이 끈기기 싫어 일어나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기 위해 위쪽으로 걸어갔다
바로 위에는 아까 찾았던 공립알베르게가 있었다...아....30m만 걸어올라오면 있는곳인데....
근처에 가서 보니 1인 8유로..식당없고...순례자메뉴 10유로...그러고 보면 어짜피 40유로일쎄...
저녁 해먹고 더블룸에 우리끼리 들어갔으니 나쁜선택은 아니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알베르게를 지나 마을 언덕으로 올라선다.
겸이에게 했던말...
난 그때 그냥 겸이가 나는 밥 준비하느라 바쁜데 너는 게임이나 하면서 놀고 있느냐고 짜증을 부렸을 뿐인데
거창하게도 헛소리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 나올때면 세수도 하지 않고 머리에 물만 칠해서 다른사람에게 더럽지 않은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정작 이야기를 하면 알게될 입냄세를 지우기 위해 이는 닦지 않는...
사실 그건 다른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해야 하는 행동이라고..
몸은 땀에 젖어 씼지 않으면 내 피부가 상하는것이고 이는 닦에 않으면 내 이가 상하기 때문에 딴사람을 신경써서 하는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하는것이라고
도착해서 분명히 땀흘린 찝찝함이 있음에도 다른사람이 볼 일 없다고 씯지도 않고 침대에서 굴러다녔다고...
그냥 짜증한번 내고 말 일에 사족이 길다.
내 생겨먹은것이 이러한대 어쩔 수 없다고 버려두면 내가 망가지는것임을 알면
그것이 좀 바뀌어야 할 터인데 이런건 한번에 바뀌질 않는다....
부단히 노력하고 시간이 지났을때 나에게 끈기가 있다면 언젠가 그런사람이 될 수있겠지만
아직은 모자란 잡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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