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승리를 기원합니다.

2013년 10월 27일 일요일

Camino Day17_10월27일(일) 기도 하는 삶

*날씨 :
- 아침에는 좀 싸늘.... (8~10도) 맑고 따듯한 오후

*이동정보 :
- 부르고스 시내

*이슈 :
- 부르고스 여행자 코스프레
- 선화선물
- 순호일당 만난날


07:00

오늘 하루는 느긋하게..

빰쁠로냐 근처에서 하루를 쉰 이후에 나름 열심히 걸어왔다.

느린 걸음이지만 우리만의 속도로 17일 만에 도착한 부르고스

오늘 하루 더 머물면서 크게 할 일은 없겠지만 여유를 부려보기로 했다.

이미 출발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내려와 짐을 정리하고 있었고 이미 출발하며 또 만나기를 바라는 인사를 나누며 헤어진다.


알베르게의 아침은 

어제 저녁 새로운 만남의 설레임 이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아쉬움과 기대가 복잡하게 엉켜있다.

의기투합해서 같이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와인을 나누면서 즐겁게 떠들었다가도 아침의 그 머쓱함으로 인사를 나누는 이들도 있고 

조용히 혼자 떠나가는 사람

몇 일째 같이 다니며 서로의 영혼을 확인하는 즐거움에 한참인 사람들 

그렇게 인생을 살면서 알게 되는 만남이라는 형태를 하루하루 축약해서 살아 가고 있다

한글도 있다. ㅎ ㅎ

부르고스의 마을지도. 각국의 언어로 사람들이 대화하는 중

시간이 남아도는 아침 알베르게 1층의 사진들을 찍어보았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순례자들을 위한 자전거 보관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떠났고 몇몇 준비중인 사람들

아침에는 뭐니뭐니 해도 맛좋고 영양많은 라면이지!!

신라면 먹고 싶어  ㅜ.ㅜ


부르고스 공립 알베르게는 훌륭한 시설에 비해서 주방이 좀 꽝 되시겠다.

테이블도 잘 되어 있고  부엌을 뒤져보면 접시도 좀 있고 잔도 몇몇 있지만

버너가 없다...  물론 냄비도..(취사 불가능)

전자레인지만 있어서 대충 덥혀서 먹을 수 있는 수준  (저녁은 냉동 피자 먹었다.)

싱크대 안에 컵을 찾아서 물을 전자레인지로 덥혀서 라면에 부어먹는다... 번거롭다

컵라면에 가방속의 빵을 꺼내서 국적불명의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선다.


하루 더 있는다고 해서 알베르게 침대에 가방을 놓고 나가거나 할 수 없다.

일단 나온 다음에  알베르게가 문을 여는 2시에 다시 체크인해야 한다

다행이 이곳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창고 하나를 제공해 준다.

우리는 가방에 모든 물건과 스틱을 매어달고 창고에 던져 놓고 길을 나섰다.

고민은 등산화를 신을 것인가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닐 것인가였다
(등산화 추천.... 부르고스 넓다...딸딸이 끌고 다니면 발아프다)

밖으로 나오니 출발할 순례자들이 어제 저녁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던 바에 앉아 아침겸 커피와 빵을 먹고 서로들 어디까지 갈 것인지 확인하고 안부를 전하며 떠난다



리모델링 했다고 하는데 건물이 최신식임 ^^;;


알베르게를 나와 우측으로 조금만 가면 부르고스 대성당의 뒷편이 보인다.



오늘 하루 같이 놀기로한 민찬이와 기념사진






용찬,민찬,예진



성당아래 관광안내 데스크에서 박물관표를 판다.

08:00

너무 이른아침

참... 어제는 이쪽 동내 썸머타임이 끝나는 날이였다.

지금까지는 한국과 8시간 차이 였지만 오늘부터 7시간차 되시겠다.

그리고 덕분에 같은 시간에 일어났지만 1시간 더 잤다는


길거리에서 본 철제 인형들

공립알베르게는 저녁 10시가 되면  칼같이 취침 시간이라

오늘 쉬어갈 것을 생각하면 밤새 나가서 놀고 싶기도 했지만 어짜피 들어온 알베르게니 그냥 잠들자 했는데...

새벽까지 숙소 앞 거리에는 에너지가 넘쳐나는 친구들의 고함소리와 소란스러움이 새벽까지 계속 되었다.

아...나두 나가고 싶어 -.-;;

아가씨 몸매가 괜찮으심



이른 아침이라 아직 사람들도 없고 가게도 알베르게 앞 바 말고는 문 열은곳이 없다.

뭐하나....

뭔가...암표장수들의 포스가 보인다는...

사람없이 한적한 부르고스 대성당 앞 마당을 독차지 하고 여기 저기 사진이나 찍으러 돌아다녀보자

















성당안의 모습

외견상의 거대한 건물의 모습에 비하여 내부 공간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높은 천장과 전면의 금색 조각들을 보자니 대단하는 말 뿐...(단지 표현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는)

잘 보면 이슬람(중동)인의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창,칼 에 찔리거나

노예의 모습으로 그려져있다.  양쪽어디에도 편견이 없는 나로서는 이슬람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성당 앞을 나와 어제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왔던 성문앞에 섰다.

이 길을 걸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지나갔고 사진을 찍었을 까미노 공식루트
당시 이슬람과 싸왔던 왕과 엘 시드의 모습이 부조되어 있다.

성문 앞에는 강을 따라 수변공원이 길게 만들어져있고 도로가 있는 곳에는 예쁜 정원수 들이 관광객을 반긴다.

군밤을 팔고 있는 이 할머니는 여기서 몇 년째 이 시려나 ^^

아..까미노를 걷다 보면 산길에서 엄청나게 많은 밤 나무를 만날 수 있다.
(포도...사과...무화과...등은  흔하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종종 먹을 수 있음)

만약 출발한 첫날 우회길인 발카로스쪽으로 걷는다면 가을에는 지천으로 널린 밤을 볼 수 있단다

그리고 걸어가는 내내 밤나무와 떨어진 밤을 줏으러 나온 가족들과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일은 흔하다고 하겠다





오후 시간이 되면 이 할머니 옆으로 군밤장수가 일을 하러 나온다

한번 사먹어 볼까 하다가 걍 패쓰





도시를 감싸며 흐르는 강은 자연식 하천으로 만들어놓아서 오리들이 여유있게 물놀이를 즐기고 조깅하는 사람들도 솔찮이 볼 수 있었다.

그런다고 우리나라 처럼 강만 보면 미친듯이 자전거 도로와 도보로를 만들어놓는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아서 자연스러움이 보기 좋다.





수백년된 다리위에서 경치를 구경하자니

집에서 아침 출근길 바쁘게 둘러볼 일 도 없이 걸어지나던 다리가 생각나면서 뭐랄까....

같은 다리인데 꽤나 이질감이 느껴지는






강 건너편 쇼핑센터(?) 같은 건물 앞 수경

앨 시드의 동상이 대로 가운대 우뚝!  (이나라 이순신 정도 되신다)


잘은 모르겠지만 경찰용으로 사용되는 듯 한 전기차가 있는데

모양이 예뻐서 한컷 찍어 봤다.

이거 몰고 우리 룰루~랄라~ 하면서 가면 어떨꺼나?







우리나라는 성당이 교구 라는 이름으로 일정 지역마다 서로의 공간과 중첩되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다면

이 나라에는 크고 작은 성당들이 만들어진 시대의 각기의 양식을 가지고 이곳 저곳에 지어져 있다.

그냥 건물만 있는것이 아니라 실제 시간되면 미사도 보고 결혼이나 장례를 치르기도 하는...실제 살아 있는 성당


이날은 저 차를 보니 오전부터 어떤 행사(?)가 있는듯 하다.

우리넷은 저 차를 보며

결혼식이라면 웨딩카로 보기엔 차가 이상하고

장례식이라고 하기에는 꽃이 너무 화려하다며 갑론을박을 했는데...

내 생각은 아직도 장례식





도시를 대략 한바퀴 돌고 돌아오는길

강변 공원에 우리로 치면 정자가 있다.

저런걸 무슨 양식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세세하게 보자면 디테일이 대단하다

이렇게 화려한 곳 이라면 예전에 귀족이나 되는 사람들이 세월좋은 마실중에 잠시 해를 피할 요량으로 만들었던 것일까




가로등의 모습이 인상적...가로등 이라는 말도 안어울린다
부명히 오늘은

까미노를 걷지 않고 부르고스에서 휴식겸 관광이라는거이 주제 였는데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니 오전 내내 걸어 다시 성당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거리로 치면 까미노 걷는 만큼 걸어다닌듯 ^^


점심식사는 보통 1시가 되어야 레스토랑이 문을 열기에

한참을 걸어 아픈 다리를 바에 앉아 쉬어간다.

겸이 화장실도 급하다하고  예진과 민찬도 이제 허기가 지는듯

자리에 앉아 나는 포도주 두잔을 마시고 겸이는 콜라에 보카디요를 먹는다... 얼레...좀있으면 밥 먹을 껀데...

뭐...어떠냐 배고프면 먹는거고 배 안고프면 걸어가는게 일상인데

궂이 때가 되어 밥을 먹는다는 것은 부모들이 편하자고 만들어놓은 시간일 뿐이고

우리는 배꼽시계를 가지고 있잖아!


알베르게 쪽으로 돌아오던 길

잠시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오....

아래 사진들에서 칼은 겸이가 찍은것듯

칼 실사 사이즈 되시겠다. 잘 찾아보면 리니지 레어템 어디 있을 듯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칼 가격들 (엑스칼리버 90유로!  15만원)

생각같아서는 하나 사서 집에 걸어 놓고 싶다

겸이가 하두 칼 사진을 많이 찍어서 대충만 올려봤다


입구쪽에 있는 귀걸이와 반지...목걸이들

목적지 근처에서 기념품을 사겠다던 결심은 어쩌고 흔들흔들 한다

주인 아저씨는 이 장신구들은 모두 수공예품으로 이 길에서 여기에서만 판매 한다며 아주머니와 짧은 영어로 열심히 설명해 주신다.


완전 금은 아니고

베이스는 그냥 동이나 그런것 같고  가운대 문양 부분은 금으로 만들어졌다며  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사진이 있는 팜플렛을 들어보이신다.

가격의 가치나 그런것을 떠나서 가게를 들어설때 귀걸이를 보면서 집에 있는 선화 생각이 들더렌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인터넷 전화로 들리는 목소리는 저멀리 3000Km 떨어져 아라와 같이 심심한 일상을 지내고 있을 터인데

미안함도 있지만 보고 싶은 생각이 더 많았다



결국 귀걸이 한쌍과 목걸이를 사서 가방안에 잘 넣어두고

이렇게 일찍 기념품을 산 변명이라도 하듯이

"그래 이건 별로 무겁지 않아!"  라고 말하면서 즐거운 웃음을 지으며 가게를 나섰다.


겸이는 큰 칼을 하나 사고 싶어 했지만..... 금세 생각을 바꿔먹는다.

결국은 자기가 지고 가야 할 것임을 현실로 받아 들이는...


점심으로 어제 라면을 사먹었던 우노 레스토랑 건너편 식당에 들어섰다.


역시  소고기 스테이크가 최고지!


겸이는 소고기 (past + stake 12유로)

나는 돼지고기(mixed salad + pork 12유로)


배가 부르니 이것 참....하루가 막막하내...
여행정보를 따로 찾아본 것 도 아니고... 내가 그다지 가이드 할 능력도 안되다 보니 그저 도시를 빙글빙글 걸으며 시간을 보낸다



오후 시간 

3시쯤 되었을까?

이때부터는 사진이 없다 그냥 저냥 혼자들의 시간을 보냈고 

낮 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배달 피자 전문점 앞에서 언제 문을 여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오후에 가보자는 말을 하고 돌아 섰다  (저녁 때 갔었지만...사람이 너무 많고 30분 기다려야 한다길래 포기)

알베르게로 들어서는길에 가게에 들러 먹을것을 샀다.

내가 먹을 것으로 와인 한병과 소시지(7유로)를 샀다... 좀 여유 있게 먹을까 싶어 와인은 4유로 짜리

저녁은 냉동피자를 먹자며(아까 못 먹은 피자가 한이 되서 -.-;;)  두판을 사고 N빵 3유로씩(겸이 까지 6유로) 계산하고 길을 나었따.


빨래는 잘 말라 있었고 간만에 가방을 뒤집어 정리를 했다.

아...다른건 모르겠는데  음식물을 그냥 메쉬로 된 주머니에 넣어 다니다 보니 자꾸 소스나 가루가 떨어진다...

침대를 보니 겸이는 자고 있고.... 혼자 돈을 들고 다시 부르고스 성밖으로 걸어 나왔다.

아까 돌아다니다가 봤던 치노(중국인이 운영하는 잡화점...안파는거 빼고 다 있다)에 들러 락엔락 통을 하나 구입했다.

대충 가방에 들어가겠지?

우리로 치면 땡마트...다이소...정도 되는 치노에는 별별 것을 다 판다.

온김에 밴드(반창고)와 실과 바늘이 들어 있는(일명 보수대 -.-) 바늘쌈을 하나 사들고 슬슬 걸어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해가 저물어가는 어스름

알베르게 앞 계단을 오르며  오늘 하루 땀흘리고 고생한 순례자들에게 알베르게 위치를 알려주고 따라오라고 손짓 하며 입구로 들어선다.

1층 식당에보니 겸이가 과자를 먹고 있다  한잠 잘 잤는지 머리는 폭탄을 맞아서 ㅋㅋ

올라가 가방을 다시 뒤집어 소스나 여하간의 잡다구리한 것을 락엔락에 넣어 정리를 하고나니!!! 이렇게 좋은 것을!!!

한국에서 왜 이 생각을 못하고 왔느냔 말이다!!!  ㅎㅎ

조금있다 보니 옆에서 한국말이 웅성웅성 들린다.

시은이 일행이 도착했다 (이때는 통성명을 하고도 기억을 못했다 ^^)

덩치는 산만한데 인상은 거의 베이비 수준인 나랑동갑 순호

힘들었음이 눈에 보이지만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잘 간직한 시은

오늘 발 상태가 안좋아 조금 일찍 도착했다는 막내 연진쓰

목소리들이 밝고 간만에 보는 즐거움 넘치는 대화  밝아보는 이 사람들에게 호감이 간다

피곤해서 쉬겠다는것을 와인이나 같이 한잔 하자며 일층으로 끌어내린다.


한동안 외로웠던 것일까 

피곤해하는 사람들... 오래 같이 있지는 못했지만  꾸역꾸역 잡아놓고 한시간넘게 이야기를 했다

그들이 올라가고

가게 들러 와인한병을 더 사들고 들어와 혼자 홀짝 거리며 디나 다니는 사람들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혼자 한병을 다 먹기란 쉽지 않더라는...남은 와인은 다른 사람들이 먹으라고 싱크대에 올려놓고 침대로 올라왔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등이 꺼지고 

침대에 있는 개인 등을 켜고 음악을 들으며 하루일을 적어본다.

내일은 다시 길을 나선다.

아직 한참이나 남은 이길에서 나는 겸이와 어떤 경험을 나눌까 

어떤 마음을 가지고 돌아갈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사람됨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기를 



이런저런 바쁜 일상을 쪼개어 이 길에 선 사람들 

모두 이 길에서 큰 축복을 받을 수 있기를...

아프지 않기를...

사랑을 찾기를...


하루하루 

그다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기도 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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