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승리를 기원합니다.

2013년 10월 13일 일요일

Camino Day3_10월13일(일) 피레네를 넘어서

날씨 : 맑음...바람이 좀 심해서 쉬면 잠바를 입고 있어야 하는정도

이동정보 : 17Km 오리슨알베르게(Orisson Albergue) --> Collado de Bentartea -->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이슈 :
피레네의 바람...만만치 않다. 여기에 비오면 미추어버릴듯
론세스바에스로 가는 마지막 2Km....미친듯한 급경사
예스미씨 만난날


06:00

끄응..... 역시나 오늘도 일찍 깨었구나....

화장실을 들러 잠시 밖에 나와봤더니

하늘에 별이 쏟아진다는 말이 기억나게 하는 하늘

싸늘한 공기를 폐속에 깊이 들이쉬고....콜록!!! 콜록!!!

...서둘러 들어와 침낭에 다시 기어 들어간다.

07:00

웅~ 이제 좀 일어나야 할 것 같은걸???

여기 저기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산장이라 한 방에 여러명은 아니지만 4명이 자는 방이라

가방 정리하는 소리에 잠이 깨고

바쁠것 없는 시간 카메라를 들고 숙소앞으로 나서본다.




그래....이런거야.....

돈이 좀 들기는 했지만 이렇게 맑은날 이곳에서 해뜨는 아침을 맞이 하지 않는다면....
(1인 30유로)

어제 걸었던 길에서

너무 많은 기대와 걱정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먹고 살 걱정

겸이에 대한 걱정..한국에 있는선화와 아라

주변의 평판

경력의 단절에 대한 두려움....

내 자신을 짊어지고 여행을 떠나지 말자는 말은

내가 짊어지지 않고 떠나기 때문에 그리 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하지 못함에 계속해서 되뇌어 보고 있음이다.

어서 이 시간이 흘러 여행자의 마음이 되길 기대해 본다.

아이가 어서 어른이 되고 싶은 것 처럼...

자라면 그에 맞는 새로운 고민이 다가옴을 알고 있지만

현실의 답답함에 파란색 알약을 삼키는 마음으로 ....





사설 알베르게라 아침 8시 타임 리미트는 없다 ^^

여유있게 챙기는 사람들

그래도 벌써 방마다 불이 환하다.


두리번 거리며 해뜨길 바라보던 사이 출발전 물병에 물을 따뜨러 내려온 사람

저기...그거 그냥 화장실가서 받아도 그게 그건데 궂이 밖에까지 ㅋㅋㅋ

그래도 기분이 다르지 않겠어?






춥다는 아들놈 대리고 나와... 사진을 찍어봤다.

표정이.....


오리슨 알베르게는 30유로(1인, 3만원)에 저녁 숙박 아침을 챙겨준다.
(물론 아침이라 함은 빵과 커피...큰 기대 하지말것)

다른 알베르게들의 서비스를 감안하고 시설의 깔끔함이나

산장이라는점을 고려하면 비싼 가격이라 하기는 무리

첫날 무리해서 가기 힘든 사람은 오리슨에 하루쉬고 피레네를 넘는것도 추천해 보고 싶다


출격준비 완료!!

출발전 사진한방 ^^


산장앞에서 겸이 물을 채우고...담배한대 태우고....뭐하고 뭐하고 하다보니

사람들이 속속 출발한다

"부엔 까미노~"
(Buen Camino - 직역 : 좋은길 - 까미노에서 주고받는 기본 인사 - 당신의 앞날에 좋은일만 있기를)

저분들은 어디까지 달려가실라나....

론세스바예스에서 다시만나려나?


이제 피레네를 넘어간다.

오늘은 국경을 넘어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간다

(영화에 나오는 검문소 같은것은 없고....그냥 작은 나무문 지나서 가다보니

어라??? 여기 스페인인가??? 뭐그런....)

여하간 출발해서 가는길

작은 원통모양의 콘크리트 말뚝에 노란색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사람들이 올려놓은 작은 돌 위에 겸이도 하나 보태어 본다.


열심히 걸어걸어 1시간을 조금 넘어와서 쉬는시간

패이스 조절을 위해 조금 길게 걸어왔더니 피곤한듯

그늘진곳은 춥다고 해난곳 까지 가자고 하다가

표지에 걸린 신발이 웃겨서  이야기 하다가 그냥 주저앉았다.

가방 내리지 말고 잠시만 쉬자꾸나

까미노를 가다보면 가끔 이렇게 신발을 버려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야 나폴레옹길의 시작이지만

산티아고에서 걸어온 사람이나 (산티아고까지 갔다가....무슨생각에서 인지 다시 그 길을 되집어 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우리보다 먼 곳 부터 걸어온 사람들이 걸놓고 갔을 신발이다.

겸아 우리도 걸어가다 걸어가다 산티아고에 가면 신발이 저리 될까?

웬지 기대 되는걸??? 신발 바닥이 빨리 달아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쉬자 쉬자.....

다시 힘내서 끙차~!

어제 오늘은 스킬 트레이닝 기간...

스틱잡는 방법 (손가락으로 스틱을 잡는게 아니라 손바닦으로 끈을 기대고 걸어가야함)

가방끈 조절방법 (지속적으로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가는것임. 그냥 막 가는거아님)

체온 조절방법 (너무 덥거나 춥기전에 미리미리 옷을 벗고 입어서 땀에젖거나 춥지 않도록)

물마시는방법 (벌컥 벌컥 마시는게 아니라 머금은 다음 목젖에 잠시 머금었다 마시기)

신발끈 매는방법 (오르막은 적당히 타이트하게 발목은 적당히 조일것  내리막길은 앞부분을 꽉 조이고 발목은 잘 조일것)


"적당히" 라는 말이 어렵긴 하지만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단어이다...

너무 조이면 피 안통해서 아프니....경험하면서 알게 되는 수준...


어른들이 아무리 자기 잘났다고 이야기 해도

이런것은 똥인지 된장인지 자기가 찍어먹어봐야만 알 수 있는 그런것 중에 하나...

물론....그냥 막 가도 되지만 나중에 겸이가 산에 가거나

혼자 있게 되면 기술적인 스킬도 필요할 것 같아 아는선에서 최대한 설명을 해본다.

잔소리일것 같아 찜찜하기도 하지만 몇 일은 그냥 욕먹을 각오 하고 이야기 하기로.....

아..이 소심한 멘탈리티....

해가 높아지고 ...

땀이나고....

하지만 바람은 심한...

이건 뭐....

앉아서 신을 벗어놓고 한동안 쉬는 사이 땀이 식어 서늘하다.

겸이는 더운지 잠바를 벗어놓고 바람막이 잠바로 갈아 입는다


길이다.... 산 위는 하늘이고....나무 따위는 다 어찌하였느냐

한국 산만 다녀본 나로써는 피레네산맥이라고 해서 꽤 긴장(?) 했는데

이건 웬지...좀 맥이 빠진다.

하하~~ 날이 맑으니 이러지 여기에 비바람 불면 피할곳도 없으니 빡시긴 하겠습니다.


딸랑~ 딸랑~ 하는소리에 뭔가 하고 얕은 언덕을 올라보니 아래에 말님이시다.

으흠...그냥 저렇게 버려 놓는구먼...

밥은 잘 먹고 다니는게냐?


피레네의 오전날씨는....

응달은 춥고

해 나는 곳은 눈부 시고 덥고....

유럽사람들이 해 나오면 항상 햇살 아래에 퍼져눕는 모습을 보면 왜그러나 했는데

이곳에서는 쉴때는 항상 해 있는곳을 찾아가게 되더라는


고도가 높아지면서

강렬한 햇살은 눈을 시리게 하지만

바람이 점점 강해진다

나무 한그루 보기 힘든 피레네는 순례자에게 친절 하기만 한 것이 아니였다.



순례길을 걸어다가 산 위로 올라가는 갈림길에서 

저 멀리 사람들이 앉아서 쉬는모습이 보인다.

아.... 성모상이 보인다. 

영화에서도 잠시 나왔던 그 성모상이다. 
(영화에서는 이 성모상이 마치 까미노길에 있는것 같지만 
실은 길을 가다가 벗어난 곳에 위치 한다. 
눈을 들고 앞을 보면 바로 보이지만
별생각없이 뚜벅뚜벅 가다보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길을 벗어나 성모상 근처로 가본다.

나는 후딱 돌위로 올라가 경관을 구경하는데 바쁜데 

겸이는 시크하다. 그저 피곤한건가? 돌에 기대어 



한동안 앉아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자니 겸이도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어쩜 위치 선정을 이리도 훌륭하게....

피레네의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용찬 : 겸아~!

구겸 : 응?

용찬 : 이리올라와서 앉아봐

구겸 : 응...왜?

용찬 : 풍경 좋지?

구겸 : 응

용찬 : 이럴때는 사진부터 찍느라 바쁘면...보고싶은것을 못봐

한곳에 앉아서 고개와 눈동자를 최소한으로 움직이면서 세세 하게 보는거야

혹시 조금 보다보면 지겹다면 내가 좋아 하는 풍경이 아닌거야

그냥 허세를 부리고 있거나 주변에서 좋은곳이라고 해서 볼 뿐이지

내가 좋아하는게 아닌거지...

앉아서 조금 있다가 일어나보니 20분이 넘었어...그런건 내가 좋은거야

좋고 나쁨은 내꺼야 다른사람의 평가에 따르지 않는거야

급할 필요는 없지만 그걸 먼저 알아야 될것 같에


그저 그 나이에 그정도의 지식과 경험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반응일 뿐

더도 덜도 아니다.

겸이는 이 장소가 마음에 들었을까?





아이들의 시선은 한곳에서 오랜시간 머무르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라고 부른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지식적 잣대로 잘라보자면

소파 방정환선생이 이야기한 "어린이"

수치적 표현으로 12세 미만의 아이(어린이,애)를 의미하고

형태적 표현으로 아직 사춘기가 도래하지 않은 아이를 의미한다.

겸이는 아이인가?

아이(소년)가 자라면 청소년이 된다.

청소년은 13~18세 까지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지만

아직은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을 의미한다

아이의 정의를 가지고 이야기 하면 절대적 기준에서

청소년이라고 하더라도 사춘기를 거치치 못한 아이는 청소년일까?

청소년이 아니라면 이 아이가 자라 서른살 이라는 나이에 다다르면

이 아이는 어른일까? 아이일까? 청소년일까?

여기서 나름의 정리를 지어본다.

나이라고 하는것은 인간을 정의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을 수치화(정량적) 한것이다.

성숙함이란 인간을 정의하기 위해 필요한 상태(정성적)를 의미한다.

수치화 된 나이는 그 사람을 정의하는 수백가지 속성(Attribute)중 하나일 뿐이다.

성숙함이란 그 사람의 속성을 기반으로 다른사람과 의 구분(Classification)하여 주는 전체를 의미한다.


나이에 연연하는 사람은 아직 성숙하지 못함이고

성숙함에 목말라하는 사람은 아직 나이가 어린것이다.

하지만 

후자는 시간이 흐름에 기회가 있지만 

전자는 구제가 어렵다


아직 어린 겸이와 

미성숙한 아빠가 길을 걸어간다.  


출발준비 하고...떠나기 전에 한장 찍고 가보자!

겸이가 찍은 사진

아빠, 하늘...뭐 그런거









저 하늘길에 비행기 구름은 가끔 십자가도 만들고 젓가락도 만들고







종종 보이는 하늘을 날고있는 독수리?

날고 있는모습이 중후하다 ^^


중간 중간 가면서 사진을 찍어보지만 역시나 뷰 파인더의  풍경은 별반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걸어가면서 내 눈으로 들어온 시각적 정보는

얼굴을 때리는 바람과

손등에 내리는 햇살의 느낌과 함께 시시각각 변화 하며

나에게 새로운 장소임을 알 게 해준다.



양 이라고 부르는 동물입니다.

걸어가다 잠시 쉬는사이 저 멀리서 남자 셋과 ???? 응? 뭐지???

어라? 개님이내?

첫날 만난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산티아고까지 그렇게 자주 만나고 담배마는 방법까지 배웠는데...

글쓰다 생각나면 적어야겠다....

여하간 저 친구는 여행중 꽤나 기억에 남는친구다

개를 대리고 다니고  포르투갈 출생이였고

집에서 걸어서 출발했으며 산티아고까지 50일이 걸려 도착해서는

산티아고에서 집까지 "just 10 days~"를 말하며

집까지 걸어갈것이라고 말하던

개의 이름은 "아틸라".... 주인 잘못 만나 "개 고생"하던...

앞으로 종종 이야기 할 것이니 짧게 가보자...


출발한곳(오리슨)에서 국경까지는 9Km

끝도없이 펼쳐지는 능선길을 따라

이게 등산인지 평지 트래킹인지 해깔리는 길을 걸어간다.



아직 스틱이 익숙치 않은 겸이



7Km지점

이제 조금 더 가면 너른 평지가 마무리 되고

풀 숲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스페인이다.


한국.....응...그래....


아래는 국경근처에 가기전 십자가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곳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바램이나 감사함을 표시해 놓았다.

인간의 기복적인 종교형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비슷한것 같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서양사람들은 좀더 자기 중심적인 내용을 기원한다면

우리는 좀더 우리에 대한 이야기로 기원을 하지만...결국 내심 자기 중심적...

그냥 다른사람의 눈을 더 의식한다는 것

나쁜것이 아니라 다른것이라는 것

배려라는 것에서 나온것이 너무 극단적인 해석으로

"소심" 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가끔 소심해도 괜찮다는



가방에서 유성팬을 꺼내어 돌에 가족들 이름을 써서 올려놓는다.

겸이도 하나 써서 올려놓는데 내용은... "안알랴줌~!"  이란다.

보나마나 여자친구 만들어달라고 빌었겠지

뻔하다 이놈....  여기가 성황당 나무 아래인줄 아는지 ^^;;


아직은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이 부족한 나이

한국의 개신교의 단순 기원을 반복한 교회 생활은
(아직은 초급이라??? 좀 있으면 방언터지려나?)

겸이의 종교겸험에 그다지 긍정적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차이라는것이 어떤것과 그것보다 나은것을 경험해야 알게 되는것이기에
(나에게 나쁘고 좋은것은 비교로 이루어진다.)

잘 다녀보라고 그냥 둔다.

여자도 그런거라고 이야기 해본다.

첫 여자는 절대 좋은 여자일 수 없다고

병신같이 첫 여자를 만나서는 엄마랑 비교하는 찌질한 짓 하지말고
(나중에 아라가 크면 아빠랑 남친 비교하지 말고 남자좀 많이 만나보라고...)

두번째 여자를 만나야 겨우 2배수 50% 확율로 좋고 나쁨을 표현할 뿐

좋은 여자를 만날 확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이 만나봐야 한다고

로또에 걸릴 확율보다 훨씬 어려운 좋은 여자/남자 만나기.... 잘 해보라고...
(로또는 번호만 선택하면 되지만 나는 내가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다.
나와 너  거대한 불확실 변수가 두 개 이상 이므로 확율은 기하급수로 낮아진다.)


용찬,구겸,선화,아라, 2013

국경의 울타리 사진이 없다.... 정말이지...

그냥 소나 양 지나가지 말라고 작은 울타리 같은...

그런 쪽문을 지나니 이곳은 스페인이다


지역이름은 <꼴라도 데 벤따르띠아>(Collado de Bentartea)

이곳에 있는 샘이름은 "롤랑의 샘"

일본 만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롤랑, 로랑....

뭐 이런 이야기 판타지 만화에서 많이 들어봤을 것인데....

아닌가? 내가 세미덕후인가????

여하간...

프랑스와 스페인 사람들이 서로들 자기나라의 이야기라고 하는...

옛날에 국경도 없을때

한 땅덩어리위에 살던 사람이 현대의 국경을 기준으로 자기의 역사라고 자랑하는

그런 이야기 이다.


프랑스 최초의 무훈시라고 하는 '롤랑의 노래'(La Chanson de Roland)의 내용

샤를마뉴 대제가 에스파냐 원정의 귀로 중 피레네 산중에서 

바스크족(族)의 습격으로 후군이 전멸한 바 있는 778년의 사건에 따랐다. 

그러나 그 가운데 그려진 풍속, 습관, 사상, 감정 등은 

모두 12세기 초기의 것으로 <노래>의 주제는 

십자군 그리스도교도의 패전, 신의 전사(戰士)들의 최후의 승리이다. 

슬프고도 장엄한 아름다움은 기사들의 애국과 신앙의 정열, 

또한 롤랑이 절명할 때에 천사가 내려왔다고 하는 초자연적인 고요함에 의해 채색되어 있다. 

단일하여 막힘이 없는 이야기의 구성과 사건 및 

인물과 배경의 균형잡힌 배치는 수사학으로 가꾸어진 

고도의 문학기법을 나타내고 있으며 

인간 심리의 예민한 관찰과 간명한 표현 등은 이 시의 프랑스적 성격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 위키 - 


그냥 인터넷에서 줏어들은 내 버젼으로 이야기 하면

프랑스 샤를마뉴왕이 조카 롤랑과 스페인을 치고 돌아가던중

바스크왕의 습격을 받았고 이때 원군을 요청하지 않고 곤조부리다가 다 전멸했다는..

하지만 이것 역시 샤를마뉴가 롤랑을 정치적 이유로 제거하고

일족을 처단했다고 할 수 없으니 미화시켰고

이것이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로 후세에 전해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고...



황량하기까지 하던 피레네의 길을 벗어나

이제 너도밤나무가 늘어선 푸른 산길을 걸어간다.



아참.... 울릉도길을 걸어가다 봤던 "너도 밤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본다.

울릉도 어느 마을에 어느날 산신령이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에게 이르기를 

"이 산에 밤나무를 백그루 심어라. 

그렇지 않으면 크나큰 재앙이 내리리라"고 엄명을 내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부랴부랴 산에 밤나무를 백그루 심고 정성껏 가꾸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또다시 산신령이 나타나서 

"밤나무 백그루를 심었느냐?" 

" 예, 어김없이 심었습니다." 

"그럼 가서 세어보기로 하자" 하고 산으로 올라가 

한 그루 두 그루 세어 나갔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분명히 백그루를 심고 가꾸었는데 

아흔아홉그루 밖에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습니다. 

산신령의 진노는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애소에 못이겨 다시 한번 세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래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 아흔 여덟, 아흔 아홉......" 하는데 

난데없이 옆에 서 있던 작은 나무가 느닷없이 

"나도 밤나무"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자 산신령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너도 밤나무냐?"  <=== 시팍.... 유치해.....

 "예." 

"틀림없이 밤나무렷다." 

"예,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나무의 기지로써 마을 사람들은 위기를 모면하였다고 합니다.
[출처] 너도밤나무와 나도밤나무의 전설|작성자 목마




걸어가던길 간간히 보이는 무덤들

까미노를 걸어가다 사고, 병으로 떠난 사람들을 위한 무덤이다.

가까이 보면 자녀들이 손자의 사진을 가져다 놓은 무덤도있고

사람들의 기원이 적힌 글들이 있다.

이 길에서 오랜시간 지나가는 이들에게 축복을 전해 주고 있는것일까?

무덤이라고 하면 어쩐지 어둡고 무서운 느낌일 지 모르지만

까미노의 무덤은 숙연하지만 나를 지켜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을 넘어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론세스바예스>> 되시겠다.

내리막길이 작렬이라는데.....


헐덕 거리다 보면 어느사이 좀전에 먼치로 보았던 그곳에는 내가 서있다.


산의정상?

모르겠다... 한국에 산에는 정상이라고 할 만 한 곳 마다마다

능력도 좋게 돌을 세워두고 작명을 하는터라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다보니 무슨산인지 이름도 모르고 지나간다.

우앙.....이거 내리막 장난 아니다.....

이대로 4Km를 가야하는게냐?????


내려오는길 어려보이는 아이들이 한무더니 도로에 모여있다 .

이제 한 2Km만 가면된다.

아마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대리고

도로를타고 차로 올라와 걸어 내려가면서 산공부를 하는듯 하다.

내려가는 내내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웃고 까부는 소리

선생님이 버섯을 들고 설명하는 목소리가 영화의 BGM같이 들린다.

겸이에게 부럽지 않으냐고...

유치원부터 숫자놀음이나 알려주고 기껏해야 과천경마공원에  색맞춰 옷입고....

다칠것 같은 일은 절대하지 않는

부모의 경끼가 무섭던

정말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되던....

여하간 어른들의 기준은 그따위라고


겸이 : "어른들은 왜 못하게 하는거지?"

용찬 : "잘 몰라서 그래"

겸이 : "머를?"

용찬 : "예를 들면 지금 이 길 경사가 엄청나게 가파르고 길지?  돌도 많아서 미끄럽기도 하고"

겸이 : "응"

용찬 :

"어른들은 이런길에서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는

'조심해서 가라' 말고는 할 말이 없는거야

어른이라고 이 길에서 하나하나의 돌이 어디있는지

어디가 미끄러운지 넘어질때 어떤각도로 넘어질지 알수 있겠어?

그리고 미끄러져도 그냥 툴툴 털고 일어날 수 도 있지만(대부분)

가끔 운나쁘게 손 발이 삐거나 부러지기도 하고 (가끔)

정말 재수 없으면 머리를 다쳐서 바보가 되거나 죽을 수 도 있거든(아주~드물게)

가장 큰 문제는 어른들은 귀찮은 일은 확대 해석 해서

이유를 찾아내고 그걸로 변명을 만들고

안하거나 못하게 한다는거지

아빠생각에는 훌륭한 어른이라면 가이드를 해 주되

경험을 못하게 막아서는 안된다고 봐

가령

'잘 부서지는 돌로 만들어진 산에서 모래가 있는곳은 밟으면 미끄러져

그런곳에서는 내리막길에서 땅에 보이는 나무뿌리를 밟으면 좋아'

'큰 돌이 많은 산에서 돌을 밟을 때는 돌사이에 발을 들여놓는것은 좋지 않아

균형을 일으면 끼어서 뼈가 다치거나 할 수 있으니까'

'등산화는 잘 미끄러지지 않아 물이있거나 한 것이 아니라면 돌을 밟을때 발가락에

힘을 주고 등산화를 믿어야해 어설프게 균형을 뒤로했다가 넘어지면 크게 다쳐'

이정도 기술적 가이드를 마련해 주는거지

그리고 그 길을 가면서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그 지식을 몸으로 체득하면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는거지.."

겸이 : "아빠도 그렇게 배운거야?"

아빠 : "아니... 아쉽게도 아빠는 그런 경험이 별로 없지

대충 하지말라고 말만 해놓고

말 안듣고 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물어보는

어른들 사이에서 사는게 쉽지 않더라...

아마도 그래서 너와 이렇게 다니는걸지 몰라"

겸이 : "웅...."

아빠 : "...그러고 보면 덕분에 부끄러운 기억도 많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억도 있어

다만 아쉬운게.... 어른들이 도와 줬으면 좀더 빨리 이런 느낌을 알고

실수를 줄일 수 있었을 껏 같은데...모르겠다..이것도 변경일지도..."


다른사람들은 하루에 치고 넘어오는길을

우리는 나름 힘들게 넘어 드디어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가본 알베르게는....

우와~ 캡숑~ 시설좋다. ㅋㅋㅋ

다큐에서 봤을때 커다란 홀에 2층 침대를 주르륵 늘어놓아서

첫날부터 고생좀 할까 싶기도 하고....기대도 되었던....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작년에 완전히 리모델링한 알베르게는

침대마다 개인등이 있고 자리마다 칸막이로 개인공간이 가려지며

옆에는 개인사물함이 있고...뜨거운물이 인심좋게 쏟아지는...

내가 알기로는 까미노에서 시설좋기로는 1,2등을 다툰다고 ....

부엌의 전자레인지와 인덕션 그리고 다양한 식기들
(처음이라 당연한 줄 알았는데...아니여뜸)

꾸역꾸역 지고 온 쌀과 파스타들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오늘은 일요일이라 가게들도 문을 안열고

겨우 자판기에서 전자레인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였지만

나는 쌀밥에  라면스프를 넣고 파스타면으로 거하게(?) 저녁을 먹었다.

한국인 친구한명도 만났었는데....이름이.....지호!!!
(혹시 돌아와서 만나거나 채팅한 친구중에 그 친구가 있나??? 미안하게도 머리가 나빠 이름도 기억을 못한다...혹시 이 글을 본다면 미안하게 생각하우 ^^)

(카톡에 글 보고 "그게 나요~!"  하는 말 듣고 급하게 들어와 수정한다는 ㅋㅋㅋ)

나이가 젋은 친구였는데 자판기 파스타를 하나사서 전자레인지에 돌렸는데...

내가먹어도 이건 맛이 없어서 너무 없더라는......

여하간....저녁을 다 먹을 무렵 만난 '예스미'(facebook alias)씨

우리가 온 피레네 길이 아니라 <발카로스>로 우회 하는길로 걸어왔다고 한다.

길의 풍경이 너무 좋았다고 ^^

오면서 밤도 한봉지 가득 챙겨와서 냄비에 밤을 삶아서 나누어 먹었다.


몇 개월째 유럽 순방중이신 예스미씨  까미노는 여행중 한 구간이라는..

날이 추움에도 복장이나 장비가 없어서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조금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 걱정이나 해야지 워낙 고수(정신적,육체적)이신지라

걱정해서 뭐라 말 하기 부끄러울 지경 ^^ 훌륭하십니다~!


아래 남자는

짧은 휴가기간동안 몇일간 만 걸으러 왔다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친구

이후에 한번 더 만나고 아쉽게 해어졌지만

웬지 나보다 훨씬 중후한 느낌이 들더라는

친구 : "어떻게 아들과 이곳에 올 생각을 하셨어요?"

나 : "....."

대화를 몇 번 하면서 약간은 직설적이지만 꾸밈이 없는 훌륭한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다...잘생겨서 그러가?



여기 있는 외국인들은 모두 나중에 까미노에서 다시 만났다.

하지만  이 글을 적기 전까지 시작하는 이날 만난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씨바....미안하다....내가 좀 멍청하다....





이날 저녁

예스미씨의 여행이야기를 들으면서

여행을 오래하면 사람이 그리워지는거였어....그런거였어.... 생각도 나고

가진것을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못하는 내 모습에 살짝 부끄러워지기도 했었다.


담배한대 태우면서 여행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 나는 당신처럼 머리가 개방되지 못했다고

어쩌면 나는 더 이상 멀리 가지 않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처음에는 무서워서 못 떠나던 내가

이젠 "가진것이 많아 떠나지 못한다" 라는 변명으로

돌아갈 곳을 준비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경험을 하면 다시는 그곳을 해어나지 못하는(엄청나게 힘든) 그런것 들이 있다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것이 "여자"

그것이 성적인 것을 의미하건 정신적인것을 의미하건

아...미안...남자일 수 도 있지...

여자를 모를때는 그 판타지만으로도 살아간다.

호르몬으로인한 자율적인방출(몽정)을 경험하고 나면 좀더!좀더!를 외치며

자위를 하고....야동을보고...

하지만 "여자 사람"을 만나고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곁에 성기가 다른 이성 이 아닌

사람이 있을때 느껴지는

만족,안정감... 행복을 경험하고나면 이젠 돌아오기 힘든 길을 들어선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 사람"의 부재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알게 되면

항상 그 결핍을 매꾸고자

사람을 만나고 술을마시고 가끔 돈으로 여자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는 행복을 채을 수 없을 것이다.


성 이라는 주제가 워낙 상식적이라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술

누군가에게는 담배, 마약

누군가에게는 여행 일 수 있다.


첫 여행의 두려움과 설래임

그리고 목적지에서의 허망함 그리고 기대...사람.....

이런것을 알게 되면 사람의 머리가 열리기 시작한다.

한번 열린 머리를 닫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첫 여행자의 미성숙함이란

첫 여자를 만나고 허세를 부리는 남자와 같지 않을까

사정후 아쉬움에 꼭 안아주고 싶은...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휭~ 하니 떠나온 이 자리에 그 결여는 어찌 방법이 없다.

그래서 또 떠나고....돌아와서 힘들어하고....

다시 떠나고....

그러다 언젠가는 한국이라는 땅이 내 집이 아니라

지구별 여행중에 피곤하면 한번씩 쉬러오는 즐겨찾기링크 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면...

또는

그곳에서 정말 "내 영혼의 안식처"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곳을 찾는다면

직장인인 내 친구들의 말을 빌리자면 "망가졌다"  라고 하겠고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의 말을 빌리자면 "훌륭한사람" 이 되겠지




친구야 가끔 조금은 망가져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보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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