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승리를 기원합니다.

2013년 10월 30일 수요일

Camino Day20_10월30일(수) 몸은 피곤했고 정신은 충만했던 (Fromista)

*날씨 :
-하늘은 흐리고 지대가 높아지면서 많이 쌀쌀해졌다.

*이동정보 :
산티아고까지 421.5Km
Castrojeriz(9.1km) - Fuente Fitero(1.7Km) - Itero de la Vega(8.1Km) - Boadilla del Camino(6Km) - Fromista (총 24.9Km)

*이슈 :
- 춥다..... (해발 800m)
- 남자들만의 시간 (민찬,대연,용찬,구겸)
- 데이먼 과 겸이
- 발이 아프다...


새벽녁 담배한대 태우러 나갔던 밖은...추웠다...

우어....한겨울까지는 아니지만 얇은 바람막이로 때울 날씨는 아니더라는...

어떠카지???  겸이는 다행이 어제 잠바를 하나 사 입혔는데...난 아직도 얇은 바람막이와 여름용 등산바지...그리고 반바지...

어떠케든 되겠지!!!


07:00

세수하러 들어온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봤더니 밤사이 추웠던지

고양이들이 화장실 창문에 걸터앉아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순례자들은 고양이에게 눈길한번을 받아보고 싶어서 였을까

연신 쭈쭈쭈~~  메리~  (자기가 키웠던 고양이 이름이였을까?)  를 연발한다.

그에반해 워낙 익숙하신 냐옹님들은 놀란 눈빛도 아닌 중후한 표정으로 내려보시는.....




겸이를 깨우고 카메라를 들고 잠시 밖으로 나왔다...역시 춥다.... 후덜덜...

어제는 그리 늦게 온것도 아닌데 이리저리 하다보니 알베르게 사진하나 찍어놓은것이 없어서

앞으로 11월의 일정이 걱정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익숙해 졌듯이 또 그렇게 익숙해 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마을 자체가 언덕 위에 있고

그 언덕에서도 꼭대기쯤에 있는 알베르게라 전경이 멋지다.




저 멀리 오늘 우리가 걸어갈 길이다...

부르고스를 떠난지 겨우 이틀 되었음에도 어제 하루종일 걸었던 시골길에 익숙해 진것일까

도시를 떠난지 엄청나게 오래된 기분이다.

책을 보니 오늘가는 길 역시 시골의 한산한 까미노를 지나가는듯

잘 포장된 길 보다 이런 한적한 길이 더 좋고 익숙하다 . 같이 걷고 있는 많은 순례자들도 그런생각일까


에스테반 알베르게
다시 들어와 나머지 짐을 챙긴다

아래 사진의 저 끝 안쪽의 이층침대가 어제 겸이와 잠을 잤던 자리

겸이도 짐을 다 챙겼는지 목도리까지 하고 벽에 있는 사진들을 감상하는 중이다


사진을 보면 다 까미노의 사진인데...

누군가의 증정이였을까? 아니면 호스피텔라노가 찍은 것일까


아... 입구에 사진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포토그레퍼 David Arrranz 와 다른 두명의 순례자가  까미노를 가면서 찍은 사진을 이곳에 전시해 놓은것이였다..

멋지다... 이렇게 까지는 못하더라도 나중에 여력이 된다면 나도 까미노에서 찍은 사진들로

집을 꾸며볼까 생각해 보았다

끝없는 지평선과 하늘을 프린트 해서 내방 벽 한면을 만들어 보겠다.

방에 들어서면 저 멀리 지평선을 걸어가는 기분이 들도록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까미노의 공립알베르게의 취침 기상시간은 칼같이 지켜진다.


고양이에게 인사를 전하고

떠나는 순례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아쉽기도 하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시 길을 나선다


오늘은 대연군 포함해서 한국인이 다섯명이나 된다




마을을 벗어나 참에 보았던 저 멀리 있던 산을 향해 걸어간다.  걸어가다보면 저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게 되는데

그때 마다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자꾸든다.

한국에서는 산을 오르면 출발했던 곳을 보기가 쉽지 않다...

구비구비 산길도 그렇고 산 하나만 넘으면 아까 오던 길은 더이상 보이지 않으니까

어떤때는 아침에 출발한 그곳이...너무 멀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저 멀리 지평선에 대충 보이는 날이 있다..... ^^


걸어가던길...

또 누군가의 무덤  극락왕생 하시길...


저 멀리 어렴풋이 마을이 보이고 우리는 아침에 보았던 그 산 언덕을 오르고 있다.

싸늘했던 아침의 기운은 뜨거운 햇살이 조금씩 밀어내고 있고

순례자의 옷을 하나씩 벗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오던 길... 언덕에서는 숨이 차올라 이제 별 말은 없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서로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하면서 길을 간다

민찬과도 얼굴 본지도 꽤 되었지만 살아온 이야기를 한건 이날이 처음이였다


바라만 보던 그곳에 다가가 뒤돌아 볼때면....






까미노 20일차...아직도 이런 풍경은 가끔 적응이 안된다.

조금은 거친 숨소리를 뱉으며 올라선 산의 정상

꼭대기에는 쉬어가는 장소가 만들어 져 있었고 가방을 던져놓고 차가운 바람에 땀을 식힌다.

초코과자를 다른 순례자의 과자와 교환중인 겸이

성공적인 딜 이였나 몰라

이 언덕(산?)의 이름은 Mostelares

언덕 정상에서 바라본 스페인의 까미노는 내 짧은 단어실력으로 뭐라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

그저...

"아....멋있다.."




산 정상의 게시판에는 몇가지 광고물 외에는

모두 이곳을 지나간 순례자들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한참을 보다가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의 글을 찾아내고는 크게 웃으며 다른 사람을 불러 보여주는 놀이(?)를 한참이나 했다


오전에 같이 가던 외국인친구들과 한참을 보내던 대연군과 같이 조인해서 걸어가기로 했다

열흘 이상 나하고만 지냈던 겸이는 다른 한국사람들과의 대화가 즐거워 보인다.

이젠 떠날시간 인증샷한번 찍어주시고~!

쓸말이 생각안나서 겁내 유치하게.... -.-;;


자...이제 내려가보자

오늘은 저 멀리 끝없는 평지를 가보는거다

물이 철철 넘치는 프로미스타로 고고~~!!!


겸이와 둘이 걸을때는 둘이서

민찬과 걸을때는 민찬과 겸이  + 용찬(것절이)

오늘은 네명이 되니 대연 + 겸이, 민찬 + 용찬 으로 길을 걸어간다

오랜만에 애들 신경안쓰고 이야기를 하니 마음이 편하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사는 이야기를 겸이와 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였을까




대연군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걸어오는 겸이...대연군 땡큐~!

부르고스지방과 팔렌시아지방의 경계인 강을 지나기 위해

다리를 건넌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통행세를 받았다고 하더군...

부르고스 안녕~














다리를 건너 Fitero 마을을 후딱 지나친다

마을 사진을 찍었었는데....어쩌다 지워먹었는지...

좁은 골목에 오래된 집들이 정겨워 보이는 마을이 였는데


까미노를 걸어오다 처음으로 보는 대규모 옥수수밭이다

추수가 끝난 밀밭과 포도무, 시커멓게 고개숙인 해바라기는 잔뜩 보았지만 옥수수는 처음

겸이가 옥수수 하나를 따들고 나에게 구워달란다

그래 버터하나 사서 맛나게 구워먹어보자


하늘이 꾸물꾸물 하다

다행이는 비는 오지 않았고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어 걸어가는길은 시원하다못해 약간은 썰렁하기까지 하다

앞서 걸어온 스페인의 땅들은 기본적으로 고도가 높다

이곳역시 평지가 해발 800m위치라 더더욱 썰렁한 날씨가 아닌가 싶다.


슬슬 배도 고프고 날씨는 여전히 썰렁하고

그래도 남자셋이서 즐겁게 수다를 떨며 걸어가는길은 간만에 즐거움이 넘친다




잠시 쉬어가는시간


겸이도 이젠 좀 지쳤는지 약간은 멍~하다



에너지 보충용 과자를 씹으며.... 한개 달라고 했더니 마지막것을 방금 먹었다면 무진장 무안스러워 한다.

ㅋㅋ


Boadilla del Camino에 있는 바에 들어섰다

간만에 정원이 있는 예쁜 바에 들어왔다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를 노리는 동네아저씨들 ㅋㅋ


오는길에 맥주한잔 먹자는 말을 하기는 했었지만

썰렁한 날씨에 어쩔까 싶었는대 대연군이 용감하게 마시겠다고 하길래 나와 둘은 맥주를 한잔 주문해서 마셔본다.

어구....춥다.... ㅋㅋ

겸이는 콜라를 주문했는데 쌀랑했는지 콜라카오(우유에 코코아가루 타먹는거...) 마실껄... 하면서 후회를 하더라는

정원에 있는 사과나무는 잘 익은 사과를 떨구어 놓았다 두어게 줏어다가 먹고 있는데

호스트인지 아니면 그냥 순례자인지 모르겠지만 나무에 달려있는 사과하나를 따서 겸이이게 건넨다 ^^

가게에서 사과나 과일을 사도 그리 비싸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공짜로 얻어먹는 재미가 더 솔솔찮이 좋다는



이제 6Km정도만 걸어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프로미스타에 도착한다.

그런데 나는 전 마을 즈음부터 발이 아프다

전 부터 신던 양말을 신고다녔더니 다 달아서 새 양말을 샀는데

그냥 오늘 하루 더 싢고 버리려고(빨았거등!! 아깝잖아!!) 신었는데 전혀 쿠션역할을 못하고

등산화역시 깔판의 셀이 가깨져버려서 무거운 배낭을 들고 다니려니 발이 꽤나 아프다는...

전 마을에서 보니 발에 새로 물집이 있어서 급하게 터트리기는 했는데...

다른사람들은 다 잘 걸어가는데 발 아프다고 징징거리기 뭐해서 꾸역꾸역 따라간다 ^^



길 옆으로 castilla(까스티야) 수로가 보인다

이제 거의 다 왔다.



프로미스타는 풍부한 곡류생산 중심지였다고 쓰여있는데

왜그런지 알겠더라는...밭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드뎌 도착한 프로미스타


까미노 사진에서 꽤나 유명한 까스띠야 수로를 나간에 올라서서 직접 바라본다





가방은 잠시 옆 공원에 던져놓고 쉬다가 가는걸로...



대연군은 겸이 형님같으다 ^^







소개를 보니 수로를 따라 배가 다니도록 되어 있다는데...

갑자기 4대강 생각이 나면서 기분이 찌부등.....



수로를 지나 이제 프로미스타 마을 안을 걸어간다

연리지라고 하나? 나무와 나무가 연결된....

여기는 그런 나무가 너무 흔하다...아니  연결되지 않은 나무가 더 이상해 보인다는


오던길에 가끔 몇그루 있는곳은 보았지만 여기는 마을 초입부터

가로수처럼 잔뜩 나무가 있는데 모든 나무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잎이 풍성할때면 아치같을 것 같았다.




어디지? 어디지???

걸어가는길 조금 해메다가 다른 순례자 같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뒷 모습을 보고 따라 들어간 골목길 안쪽에서 오늘 묵어갈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크리덴셜에 도장찍고  돈을 지불한다.


나는 발이 너무 아파 일단 겸이에게 비누와 샴푸를 건내주고 마당에 앉아서 발을 식혔다

물이 나오는 수도가 있었고 아래 세수대야가 있었는데

의자에 앉아보니 왜 그렇게 해놓았는지 알겠더라는

차가운 물을 받아서 발을 담그고 담배를 한대 빨고 있자니

순례자가한명이 지나가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인다

"버닝 마이 핏!"  이라고 이야기 해주니 키들키들 거리며 몸 잘 챙기라며 길을 나선다

발이 좀 진정되고  빨래를 들고 나와 바깥의 빨래터에서 옷을 빨고

샤워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 찬찬히 보니 뒷꿈치가 아픈 이유가 있었다

신발도 신발이려니와 두꺼운 굳은살이라 몰랐는데 뒷꿈치를 따라서 원형으로 물집이 작게 잡혀있었다  -.-;;

바늘로 좀 심하다 싶게 찌르니 물이 빠진다.... 흐휴....이 작은 물집때문에 내가 한시간 넘게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대연은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고

우리는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그냥 사먹기로 했다(주방이 없어요...)

와이파이만 되면 열심히 인터넷을 하는 겸이군...엄마에게 전화나 좀 하지...






민찬은 셀러드에 리조또


겸이는 파스타...(ㅋㅋㅋ)에 셀러드


셀러드 비쥬얼이 좀....


나는 콩 스프에 치즈리조또


아...이거 처음맛보는 맛이였다.

콩스프에는 고기가 들어간듯....마치...사골국에 건더기 좀 있고 거기에 콩 통조림 부어넣고 끓인듯한...

난 이런 느끼버젼을 좋아라 하지만  입맛을 따지는 분이라면 권장하고프지 않더라는 ㅎㅎ

치즈에 리조또는 맛이 괜찮았다...아쉬운점이라면 순례자메뉴인데  후식이 없다는

커피를 한잔 주문할까 했는데 가격이 비싸서 패스...  나름 잘 꾸민 레스토랑이라 가격이 좀 비싼듯 했다






물도 작은병 하나

와인도 한잔만.... (아이구 박해라~~~!!!)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고 박박 긁어먹고난 그릇


겸이가 찍은 내 밥그릇

나중에 빵으로 깨끗하게 닦아먹어서 스프고 리조또고 먹은 음식이 무엇이지 알 수 없도록 먹어버렸다는 ㅋㅋ



저녁을 먹고 알베르게에 도착한 우리...

이날 알베르게에서는 그다지 무엇인가 한 기억이 없다...

그냥 우리끼리 수다떠느라 바빠서 였을까???

동네 슈퍼에 들러 내일 먹을 빵과 주스를 구입해서 돌아왔다

알베르게 14유로 + 가게 6유로 + 식사 20유로 + 바 7유로 + 바 9유로(맥주2,콜라,커피)

56유로 = 8만 4천원 가량..

요즘 돈을 좀 많이 쓰는것 같기는 하다... 

어제는 옷하고 양말사고 먹고 하는데 90유로 가까이 사용했는데

좀 모아서 먹던가 해야지 이러다가 한국 가면 파산하겠다 ㅋㅋ


늦은 저녁 데이먼(대연)은 다른 순례자들하고 오늘 프로미스타 초입 수로 옆에 있던 공원에서 바비큐를 하기로 했다고...

나는 춥고 피곤했고... 겸이는 가고싶어하는것 같았고 가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성 싶었지만 내가 피곤해서 -.-;;

다음날 들어보니 문닫는 시간을 한참 넘겨서 담을 넘어 들어왔다는데 ^^;;

재미있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후회와  춥고 피곤함으로 핑계를 대고자 하는 마음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 느낌을 받았다


간만에 다른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걸었던 하루였고 

몸이 좀 피곤하기는 했었지만 정신적으로 충만했던 하루였다

내일을 위해 이른 잠자리에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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