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승리를 기원합니다.

2013년 10월 18일 금요일

Camino Day8_10월18일(금) 헤어짐과 만남

*날씨 :
- 맑음...요 몇일 날이 좋아서 행복하다능.....다만 낮에는 좀 덥다.... 한여름에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해본다.

*이동정보 : 12Km(산티아고까지 670.6Km)
- 뿌엔떼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 Maneru -> Cirauqui -> 로르카(Lorca)

*이슈 :
- 헤어진 커플
- 다시만난 현아씨,경모씨
- 호세 라몬

07:00

늦잠. 다른방 사람들은 서둘러 출발 한 것 같은데

우리방은 기상이 좀 늦은편... 도착한 순서대로 방을 배정하는데  우리방이 마지막이라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그만큼 피곤해 하는것 같기도 하다

어제 자러 들어왔더니 10시도 안되었는데 불끄고 모두 자는 분위기 ^^

알베르게의 아침 주방은 한산하다.

물을 끓여 커피를 마시는 일부 사람들 외에는 불이 필요한 사람은 없다

그것도 자판기 커피로 대부분 해결하기에 항상 주방은 내차지

오늘은 가방에 있던 닭고기맛 스프(죽에 가까운)를 했다.

쌀도 얼마 안남았고  늦게 일어난터라 빵으로 간단히 먹기로

아...쌀이 얼마 없다는것이.... 부족해서 문제가 아니라

이걸 다 먹으면 새로 하나사서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데...그게 두렵다는  ㅠ.ㅠ



 어제 하루 우리를 품어주었던 알베르게 앞에서 출발전 인증샷


조개의 붙어있는 모양에 따라 방향을 알려 주리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

그냥 가는길에 붙어 있을 뿐 이분은 방향을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이 길이 까미노가 맞다는 것을 알려줄 뿐

방향을 알고 싶다면 노란색 화살표를 찾아야 한다.

길에서 만나는 징표들이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어제 슈퍼마켓을 가기위해 걸었던 골목길


저녁 어스름에 보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

저녁때가 더 멋있어....


자주 보이는 저 빨간 고추 같이 생긴 거...

파프리카 같은것인데 이곳사람들은 저렇게 말려놓고 많이들 먹는다

우리나라 시골에가면 시레기 말려놨다가 두고두고 먹듯이 집집마다 자주 보인다는

요리할때 자주 들어가는 것을 보는데 맛이 괜찮다.


우리보다 일찍 출발했던 순례자들

가는길에 문열은 bar에서 아침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반갑게 웃으며

부엔 까미노~   시유 순~





저녁에 와서 볼까 했던 여왕의 다리

머....내가 건축물에 대한 조예가 있어 아름답다...뭐 이런 말은 못하겠다

그저 아치 모양이 이나 다리 모양이 균형이 잡히고 날렵하게 생겼다고나 할까?

다리가 그런거지 뭐....



머라머라 써 있기는 한데 에스파니아어....

도무지 알 수 가 없다.


아침의 쌀쌀한 기운에 겸이는 껴입고 출발... 모델 해주는(?)것도 귀찮은듯


가는길 비행기 구름이 지퍼처럼 생겨서 함 찍어봤다는


레이나를 벗어나던 중

지브리(Zibri)에서 처음 봤던 커플을 보게 되었다.

론세스바에스에서 출발하여 당일 도착지였던 지브리까지 가는길  앞서 걸으며 온갖 닭살스런 행동을 하던 커플

흠...그러고 보니 둘이 닭짓을 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남자가 여자친구를 챙기느라 바쁜모습

앉으면 발 주물러주고 어깨 주므르고...마을에 도착하면 물 꺼내주고

출발할때 옷에 묻은 흙 털어주고.....  개울가에서 둘이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던...


오늘 아침의 뒷 모습은 좀.....이상하다

남자가 아마도 성당안을 구경하고 가자는 듯 한데.... 여자는 궁시렁거리며 길을 걸어간다

잠시 여자의 뒷모습을 보던 남자는 혼자 성당안으로 들어가고

짧은 걸음뒤 여자는 뒤돌아 보며 발걸음을 늦춘다

멀리서도 어쩐지 눈에 들어오는 모습에 혼자 생각을 해본다

둘이 싸웠나???

남자는 서둘러 나온듯 성당의 문턴을 성큼 뛰어넘어 여자를 바라보며 짧은 웃음을 지으며 빠르게 다가가고

여자는 남자가 나온것을 확인하고 다시 앞을 보고 걸어간다

쉴때는 한참이나 앉아서 쉬지만 걸을때 느리지 않은 그들의 걸음은

겸이와 나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그렇게 잊어버리고 걸어간다.


겸이와 연애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한참 열변을 토하며 걸어가던중

저 구불어진 길을 돌아서자 다시 그 커플이 보인다.

이번에는 남자가 앞서고 여자는 뒤에서 땅을 보고 걸어간다.

별말이 없고 발걸음에는 힘듦이 역력하다.


산을 타거나 길을 걸을때 앞 사람을 앞질러 가는것은 약간의 각오가 필요하다

특히나 저녁이라면...앞에 사람이 여자라면.... 더더군다나 ㅋ

십여분을 뒤에서 겸이와 이야기를 하며 슬슬 걸어간다

용찬 : "저 둘 어째 너무 힘없어 보이지 않니?"

겸이 : "응? 잘 모르겠는데?"

용찬 : (아침에 봤던 그들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 해준다.)

겸이 : "그런가... 하긴 저번에 봤을 때 보다는 좀 걸어가는게 다른것 같기는 하내"

용찬 : "분위기 쎄 한데 우리 먼저 가자"

겸이 : "응"

속도를 올려 터덜터덜 걸어가는 커플을 지나 산길을 걸어간다.

한 200여미터를 걸어왔을까?

갑자기 뒤에서 여자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날카롭고...힘들고...외롭게 들리는 목소리

싸우는 커플의 목소리가 아니라 힘들다고 소리치는듯한 목소리

뒤돌아 서서 저 멀리 나무사이로 보이는 여자를 본다

손으로 무릅을 집고 고개를 떨구고 남자에게 소리치고 있다.

남자는 침묵하는지 조용히 이야기 하는지 들리지 않는다.

힘들겠다.....

다행이 우리가 늦게 걸어가는 그룹이라

뒤에서 사람들이 오거나 길에 커플을 방해할 사람은 없지만...

잘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겸이와 커플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간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저 앞으로 눈에 익은 뒷태(? - 가방이다...오해 하지 말자)가 보인다. 현아씨다.

오늘아침 발이 아파 하루 더 묵었던 숙소를 떠나며

천천히 걸어서 가야하니 먼저 출발한다는 인사를 나누고 해어졌는데

아직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않는다.

병원에서 1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내고 진찰을 받고 약을 받았다는데 병명도 모른단다..
(20만원가까이 지불했다고 기억이...)

돌팔이라고 흥분하던 현아씨 ^^;;  다행이 호스피텔라노의 마사지와 하루의 휴식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단다

내가 알기로는 피부색이 죽어있는걸로 봐서 "족저근막염" (군대가면 쓸대 없는 의학 지식도 배워온다)같은데....  내가 알기로 약먹어도 일주일은 고생하는것으로 들었다.

이어지는 언덕길을 올라가다가 앉아 쉬기 좋은 곳이 있어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


뒤에 따라오고 있는 커플 이야기를 해주었다.

셋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갑자기 당사자가 나타났다

남자다

혼자이고

인사를 했더니 씁쓸해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긴말 없이 길을 걸어간다

여자는

오지 않는다.

잠시 쉬는사이 저 둘은 어떻게 될까 생각해본다

오지랍이 넘쳐난다.


한낮의 햇살이 길을 달구고 등에는 조금씩 땀이 맺힌다.


앞 뒤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셋이 다니니 좋은점

삼각대 없어도 사직을 찍을 수 있다는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

몇번 이야기했듯이... 저렇게 보이면 한시간~~~


현아씨 사진도 한장

제목은 "따봉~!"



평지에서 살짝 올라선 능선에 위치 한 Maneru 마을

5Km정도 걸어왔다.


마을입구....뭐 쉴곳도 마땅찮고.... 그냥 마을이내..

쭉쭉쭉 지나 마을을 관통해 지나간다.




약 3Km 이후에 있는 마을 Cirauqui

걸어오는동안 일하는 이야기...연애이야기... 뭐...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금방 도착했다.

어익후~ 날이 얼마나 뜨거운지 맨얼굴로 서있으면 빠짝 잘 익을듯 하다는

마을 입구에 너르게 펼쳐진 잔디밭에 그늘이 있어 좀 쉬어가는걸루다

겸이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한참이나 이야기 하더라는


풍차.... 별다른 기능은 없고 데코....



가이드 북에 있던 문양이 보이길래 한컷 찍어 봤는데 뭔 표지 인지 모른다는

가이드 북에는 지금 지나가는 이 길이 1세기경 로마로 가는 대로(나름 고속도로???)라고 한다.

2천년이 넘은 길을 걸어간다는 느낌에 어째 기분이 묘하다.

아마도 저 표지도 그 길과 어떤 관계가 있는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오늘 가는 마을들은 어째 평지가 아니라 언덕위에 마을들이 있다.

옛날 적이 처들어 오는것을 감시하려고 이렇게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집을 지었던 것일까?

더워서 힘들긴 한데 다행이 집이 그늘을 만들어줘서 버티면서 오른다.


천년을 이어온 까미노와 지은시 수백년된 집들은

단지 관광상품으로 만들어놓은 길이 아닌 사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있음을 알게 해준다.

까미노에 있는 집들 곳곳에 있는 조개와 화살표... 지팡이와 물병들


길 고양이들이 한껏 늘어진 시에스타 시간을 즐기고 있다.

한놈은 일광욕 한놈은 시원한곳에서....


마을을 지나다보면 이러게 문양이 붙어 있는집이 있는데

이 집들이 과거에 귀족들이 살던 집이라고 한다

성주라고 해야 할까?  마을에 왕 대접 받으시던 분들 되시겠다.

지금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후손일까? 아니면 그저 집을 사서 들어온 사람들일까...

궁금하다능



마을 꼭대기 성당을 지나 넘어가는 길에는 노란색 우체통과

순례자들이 마을에 들렸음을 기억할 수 있도록 스템프가 놓여 있다.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가방 깊숙이 넣어놓은 크리덴셜(순례자 여권)을 꺼내어 도장을 찍는다.


사진으로 보면 꽝일지도 모르지만 걸으면서 봤던 집을 따라 자란 포도나무가 멋있어 보여서 찍었다.


마을을 넘어가는길 점심시간을 알리는 시간

적당히 앉아서 먹을곳도 없고 해서 누군가의 창고 앞 그늘진곳에 앉아서 가방을 던져놓는다.

사놓은 생선살통조림, 항상들고다니는 크림치즈, 쨈한병, 이것 저것 꺼내어 길바닥에 앉아서 점심을 즐긴다.

뭐...당연히 근처에는 말라 붙은 소 끙가가 있지만...그다지 신경 안쓴다는...

나중에 생각해보니 바가 어디 있었던것 같은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가다 보니 그냥 패쓰....

겸이가 혼자 주섬 주섬 돌아다니다가 신기한 식물을 하나 발견했다

작은 주머니 같은데 툭! 치면 주머니가 터지면서 씨앗이 사방으로 튀어나간다

오호라~ 이거 신기한 거슬???

처음보는 신기함에 툭툭툭~!!

저 멀리 보니 언덕에 뭔가를 심었는지 돌로 했는지 지도 모양이 그려져 있다.

사진을 분명 꽤나 찍었는데.... 아마도 정리하다가 일어버린듯....

걸으며 이야기를 하느라 사진을 얼마 찍지 않기도 했지만 일부사진이 없어진것이 분명하다는...아깝다....



밥먹고 출발~

4Km정도를 마냥 수다를 떨면서 걸었다.

덥다....  길도 바짝 말라있고.... 한여름에 이런길을 어떻게 걸어간것이야???

발에서는 불이 나는것 같다.

오늘은 어디까지 가야할까?  가이드북을 따라 에스떼야(Estella-스페인에서 ll은 ㅛ ㅠㅕㅑ 발음)까지 15Km 정도 남았다.

날도 덥고 이야기 하면서 천천히 걷는게 좋아서 게으름(?)을 좀 부렸더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음마을인 로르까(Lorca) 까지 가면 오늘은 13Km를 걸은 것인데.... 아마도 5시나 도착할듯

현아씨는 발상태가 그래서 로르까에서 하루 쉴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보고 5Km정도 더 갈까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까미노를 걸어간다.


대충 1Km즘 남은곳

겨우 도로 아래 터널에서 땀을 식힌다.  허미~ 시원한거


잘 걸어가는 현아씨

시간이 지날수록 발이 나아지는가보다  다행이라는



따봉~!

까미노덕분에 만들어졌다는 로르까

길을따라 가다보면 같은 장소에 좌 우로 바를 겸한 알베르게가 있다.

왼쪽은 8유로 오른쪽은 7유로 ^^

너무 더워서 헉헉 거리며 도착한 bar 현아씨가 맥주를 쐈다 (겸이는 콜라)

행복하게 한잔 마시면서 같은 순례자 중 기타를 들고 다니는 멋쟁이친구의 노래를 듣는다.

까미노를 걸으며 처음으로 느껴본 자유로운 느낌

메리밸에서의 편안함과 는 또 다른 시간을 즐긴다.



현아씨는 여기서 자는걸로 결정했고 좌측에 알베르게에 방을 정하고  짐을 풀러 올라갔다.

겸이와 나는 서늘한 그늘이 너무 좋아 길바닥에 널브러져 5Km만 더 갈까? 어쩔까? 하믄서

밀당을 하던차... 엄흔아~!!! 저사람이 누구야!!!

경모다...  스페인으로 오는 기차역 바욘에서 만나 담배 밀거래(?)를 했던 공급책!!

20Kg의 등짐을 지고 셀파의 기분으로 피레네를 건넜을 !!

이렇게 반가울 수가!!!

우와~ 이렇게도 또 만나는 구나

오리슨산장을 예약했던 나는 아쉽지만  경모씨와 해어져야 했고

일주일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기에 다시 보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게 되었다.

어제는 현아씩 오늘은 경모

이렇게 시작했던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되는것이 까미노의 기적중 작은것의 하나일까?

현아씨는 올라가서 방을 보고는 흡족했는지 기분좋게 이곳에서 묵기로 결정..

우리도 경모를 본 김에 자리 깔기로 결정했다.

경모는 현아씨가 들어간 알베르게 건너편의 "호세 라몬"(한국 사람들 중에서 나름 유명함)의 알베르게에 묵고 있단다.

우리는 그쪽으로 들어가기로 결정

다행이 방은 여유가 있었고 올라가서 본 방은 깔끔했으며 특히나 호세의 환대는 좀 오바스러울 정도 여서 거짓말 좀 더해서 행복할 지경 ^^

모여 앉아 사진을 찍던 이 시간이 4시... 오랜만에 일찍 숙소를 정하고 보니 여유가 넘친다.


동내에 있는 작은 가게에 들러 먹을 것과 와인한병을 사서 돌아오는길

작은 마을 아래쪽을 남겨본다.


주변에는 도로와 농가 몇군대 뿐인 작은 마을이다.

아참.... 시에스타시간이라 한시간 가량 알베르게의 1층에 있는 bar에 앉아서 오랜만의 여유를 한껏 누려보았다.

담배가 떨어졌으나  역시나 경모의 가방은 화수분이다. 아직도 가져온 담배가 남았다고  (하긴 두보루나 가져왔다니.... ^^)

그냥 준다는것을 1갑에 5유로 쳐서 10유로 주고 두갑 받았다

스페인에서 4.5 유로 하지만 운반비가 어디냐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온 럭키스트라이크라...... 그리고 저번에는 5유로에 세갑 받았으니 퉁치면 된다는 ㅋㅋ

바에 앉아 있자니 호세가 맥주를 내민다.

웅?  그냥 주는겨?

오~ 좋은것을?  생각해보니 몇일전에 만난 한국인이 친구 하나가 앞서 갔는데

알베르게 주인이 한국인이라고 하니 맥주를 공짜로 계속 주더라고

취해서 더 못가겠다며 행복하다고 하더니 여기 이야기 였나 보다 ㅋㅋㅋ




길 오른쪽으로 있는 호세의 알베르게

젊었을때 한국에 와서 원어민강사 같은것을 했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꽤 살았다고...

집은 여기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있고  과수원도 있다구~!!!

이친구 나름 쫌 사는 사람일세@@!!

아마도 나름 까미노에서 자기 나름대로 뭔가 하고 싶은것이 있어서 이렇게 알베르게를 하는것이겠지?


저 위에 살짝 보이는  사람은

경모와 같이 장박(장기숙박)중인 아름씨, 극구 자기 얼굴의 초상권을 강조하여 아쉽게도 얼굴을 담아 오는것에는 실패하였으나

작은 몸집에 예쁘장한 얼굴에 비하여 성격은 괴팍하고....ㅋㅋㅋ
(농담이라는거 알죠?)

겨우 하루 묵고 떠난길이라 긴 이야기는 나누어보지 못했지만 나름 보스의 풍모를 지닌 멋진 사람이였다는



겸이에게 저녁은 뭐 먹을까 물어보니

라면스프에 파스타면 삶아 먹자는 말에  바에서 저녁 사먹지 말고 밥해서 먹는걸루 결정

현아씨도 같이 먹는걸루다가

밥 한솥가득 하고 라면스프에 파스타면 잔뜩 넣어서 차려놓고 보니

이걸 다 어떻게 먹나 싶었는데....

다 먹었다.... 밥은 좀 남았지만  대단하다는... 겸이의 식사량이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대단하심...저리 먹고도 살이 찌지 않는 겸이의 신기한 체질은 엄마를 닮았다는


포도주에 과일을 좀 썰어넣고 짝퉁 샹그릴라를 만들어 한잔먹다가 아름씨도 불러서 동석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경모는 그 사이에 수줍음이 늘었는가?  으흠...웬지 차분해진 분위기에 당황스럽더라는

담배한대 태우며 한 이야기 중

"몸 다쳐가며 굳이 800km를 걸어가고 싶지는 않아요" 라는 말에서

그 사이 걸으면서 무릅에 이상이 와서 쉬면서 심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너무 개인적인것일까?  물어보기 뭐해서 그냥 대충 퉁 쳐가며 대화를 이어간다.


경모는 까미노를 끝까지 걸었을까?

한달즈음 해서 뒤에서 온 사람들에게

경모를 이야기 하는듯 한 소식을 들었다.중간에 돌아갔다는 소식이였다.

경모인지 아니면 다른사람의 이야기 인지 알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은

만약 돌아갔다면 처음 이 길을 걷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했고

무거운 가방을 매고 걸었던 이 시간이나

이 먼 곳을 와서 끝가지 걸어가지 못했다는 그러한 것이 아니라

혹시나 하고자 하는일의 입구까지 들어섰다가 돌아선 그 기억이

살아가면서 결핍으로 남아 괴롭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로르카에서 산티아고까지는 670Km가 남았다.  어느덧 100Km가 넘는 길을 두 발로 걸어왔던 것이다.

이쯤 해서 발바닥에는 물집이 창궐하고

무릅이 아파오며 아침의 서늘함은 몸을 떨게 한다.

아직 이길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온전히 적응하지 못한 나는 과연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가이드북에 이 코스의 제목은

"No Pain No Glory"

영광을 위해 이 길을 걸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고통은 맞다... 일찍 도착한 숙소, 호세가 공짜로 준 맥주와 커티샥 스트레이트

알딸딸하고 오랜만에 느낀 여유로움은 평안함도 주지만

혹시나 늘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해지기 전 까지만 해도 내일 하루 더 있으면서 지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해가지고 호세가 집에가야 할 시간이 되어 양주 한잔을 마시며

내일도 걸어야 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여유없이 빡빡하게만 이 길을 즐기지못하고 달리기만 하는 것일까

아니면 잘 하고 있는것인지

아직 끝까지 가보지 못했으니 이것 역시 알 길이 없다.

세상은 해본것 빼고는 모두 안해본일이고 모르는것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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