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너무 덥다....
*이동정보 : 19.7Km(산티아고까지 632.9km)
- 비에메이요 데 몬잘딘 (Villamayor de monjardin) - Los Arcos - Sansol - 토레스 델 리오 (Torres del Rio)
*이슈 :
- 전기포트 구워먹기
- 포도를 마시는(?)법
- 버스탈까? "그건 다음에 하자..."
07:30
아스피린두알 까먹고 잤더니 아침이니 멀쩡~
새벽에 깼는데 스팀을 틀어줘서 방안이 후텁지근~
몸이 이럴때는 좀 지지고 자야하는데 좀 꽝입니다요...
그건 그렇고.... 아침부터 사고쳤다.
좀 늦게 일어난듯 해서 서둘러 1층에 가보니 빵과 오렌지등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아항...어제 잘 못알아 들었나 보다, 아침은 제공하는군!"
호스피텔라노는 안보인다...밤에 준비해놓고 퇴근했나보다. 아마도 느즈막히 나와서 정리하겠지
포트에 식은커피가 들어있어서 데워 먹으려고보니 바닥이 평평하다....
"전기포트가 아니구나??"
할로겐버너에 올려놓고 4단 맞추고 빵봉지 뜯고 있는데 들리는 소리
"퍽!" O.O;;
먼소리야?
황급히 돌아보니 포트의 아래쪽이 삐따당하게 기울어 있다.
헉! 하면서 얼른 들어올리니 아래쪽이 2단 분리 되어 버린 -.-;;
행주로 잽싸게(?) 아래쪽을 들어보니 안쪽에 뭔가 실리콘으로 연결된 모양세가 직접 가열방식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게해 준다...
후덜덜~ 이를 어쩌나 -.-;;
일단 힘으로 대충 밀어서 끼워넣고 미지근한 커피를 따라 열심히 먹었다.
모르것다...먹다가 누가 오면 걍 모르는척 순순한 영혼의 눈빛을 보내면서 원래 이랬어요 해버려야......웅?
다행이(?) 우리가 다 먹고 짐들고 밖에 나올때 까지 아무도 나타난 사람은 없다!
두근대는 가슴을 끌어안고 서둘러 알베르게를 나선다.
이건 전적으로 게으른 호스피텔라노탓이야!
아침에 와서 커피를 데워 두던가! -.-;;
뭐 이런 말도 안되는 핑계를 만들어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억지로 덮어 두고 먹튀를 합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이른시간(08:10) 마을은 안개에 휩싸여 영화속 새벽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내 심장은 쫄깃~! 하고~
마을을 벗어나며 올려다본 하늘에는 아직 선명한 달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스페인국경을 넘어 처음만났던 나바라지역이 끝나간다.
다음은 리오하(Rioja)지방으로 넘어서는길
이곳 부터는 포도주가 유명한 지역으로 지금까지는 너르게 펼쳐진 밀밭이 많았지만 슬슬 길옆으로 엄청나게 넓은 포도밭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포도주를 만들기 위한 포도종은 우리가 보통 먹는 포도와 다르다
하나의 알이 작지만 촘촘하게 열매가 달려있고 먹어보면 당도가 엄청나다
가는길 옆으로 있는 포도밭에서 포도송이 하나를 때어서 먹어보았다. 스페인에 와서 처음 먹어보는 포도 되시겠다.
아...이게 단점인게... 씨를 골라내서 먹기에 너무 번거롭다. 알이 작아서 씨 고르다가 쓰러질 지경
처음에는 하나하나 때어서 먹다가 나중에 요령이 붙은 다음에는 이렇게 먹는다
- 포도송이 통째로 입에 넣는다.
- 대충 뜯어서 입에 넣고 이로 씹는게 아니라 대충 눌러서 즙을 짜서 마신다.
- 오물오물해서 씨를 씹을 정도는 아닌 수준으로 눌러서 빨아먹는다
- 남는 씨와 껍질을 뱉는다.
으흠...이렇게 먹어도 포도송이 하나가 꽤 크기 때문에 한참을 먹는다.
하나를 다 먹고 나면 입이 퍼~렇게 변하고 타닌때문에 입안이 꺼슬꺼슬 하다.
아무래도 손을 쓰니 즙이 손에 묻어나는데 끈적임이 장난 아님 -.-;;
그 단맛이 잊혀지지 않을정도로 기억이 난다.
포토밭이 이정도는 되어야지! 저 멀리도 포도 밭이다. |
포도를 씹어가며 걸어가는 길 어둠이 주인인 시간이 지나고 해가 떠오를 시간
땅위에 내려 앉았던 구름이 하늘로 오른다.
해가 떠오르는 시간 땅위의 구름이 하늘로 오르는 시간 |
하늘위에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
가끔 하늘에 구름한점 없는 날이면 비행기 구름만 파란 도화지에 줄을 그어 놓은듯이 보일때가 있다.
아침에 출발한 Monjardin 에서 다음 마을인 Los Arcos까지는 12.3 Km 되겠다
중간에 마을도.... 가게도.... 물나오는곳도 없다.
더군다나 가장 압권인 것이 10Km정도는 해를 피할곳이 없다는....
여름에 까미노를 떠난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맨붕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스크레치정도는 날것 같은 길이다.
엄흔아.... 아침에 출발한 마을이 저 멀리 보인다.
뻥~ 뚤려서 뭐... 아무것도 없다.
줌을 하니 보이는 마을과 포도밭 1시간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자...이제 본격적으로 그냥 맨땅인게다...
말라죽어보자꾸나
다행이 우리는 가이드북에 따르지 않고 가고 있으니 망정이지
그냥 걸어갔다면 이 삭막한 길을 땡볓이 내려쬐는 시간에 걸었어야 했다.
그냥 거기서 자기를 잘했지... 후덜덜 하다.
2시간을 걸어와도... 여전히 펼쳐진 평야만 보인다.
처음 몇일은 쌀쌀했더랬는데... 이젠 아침부터 땀이 흐른다.
10Km를 넘는 길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살아온 여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혼하셨던 이야기
아빠의 새엄마
그리고 다시 할머니 할아버지가 만나서 아빠가 원래 엄마를 찾게된 이야기
그러고 보면 부모들은 자식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살아보니 이유를 대충 알겠다.
자신이 살아온 삶에 그다지 만족 스럽지 못한 기억이 있다보니
부모 입장에서 매번 자식에서 잘하라고만 말했는데
자신이 그렇게 잘 살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기에는 무안해서 그러한것이 아닐까..
자식을 키우는 것은 몰랐던 것을 깨달아 가는것이다...
내가 살면서 경험해 본 것 만큼 알아 가는것이지
내 아들딸이 날 교육시키는 것은 아니다.
자식들을 키우면서 그 안에서 배울것이 있다는것을 알지 못했을때
그 상황이 문제시 되고 실제 그 문제라고 생각하는 상황에 대해서
감추거나 조작하는 순간 진정한 문제가 만들어진다.
겸이에게
"널 키우면서 내가 모자란것을 알게 되는것으로 나 역시 니가 크는 만큼 크고 있어"
"아라에게 보다 너에게 잘 못했던 것은 미안해
네가 세세한 기억은 나지 않겠지만 그런 미숙한 아빠 아래서 자란 니가
나에게 느끼는 어려움이 그런 이유일꺼야"
라고 말했다.
스스로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 맨얼굴의 못남을 이해 한다면
투명해질 것이고 투명해 질 필요가 있다.
다만 부끄러워 말을 하지 않는 부모와
그런 알지 못할 부모와 자식이 대체 무슨 대화를 할 수 있고
이런 둘이 무슨 서로 이해를 하고 사랑하겠는지
미숙함이란 인간적인 부분이다.
내 미숙함을 인정할때에서야 겨우 다른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과
완전하려고 노력하던 삶에서 벗어난다
완전하다는 것 의 기준 자체가 각자의 주관적 견해로 이루어진 기준이니
결국 완전한척 하는 사람이 있을 뿐 완전한 사람은 없고
그런 완전한 사람(척하는)의 가식 과는 사랑할 수 없다.
조금은 미숙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자식이 부끄럽다고 도망갈리 없고
내 얼굴에 똥 발릴일 도 없다.
말을 하면 이해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이해를 하면 서로 통하지 않겠는지
솔직해 지고 내 미숙함을 드러냈을때
맨 얼굴이 시려 가리고 싶더라도 조금 더 참으면
남을 사람은 남고 갈 사람은 간다.
남은 사람과 사랑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되도록 내 근처에 남도록 해봐라.... |
주절 거리며 걸어온 길 10Km만에 처음 만나는 숲이다...그늘이다...
한숨 돌리고 30분 가량 걸어 드디어 Los Arcos에 도착했다.
공립알베르게 한곳, 사설 세곳 외 호스텔 및 호텔까지...관광안내센터와 대부분의 편의시설이 있는 꽤 큰 마을이다.
우리는 그냥 하루 20Km를 기준으로 걸어가다 보니 이 마을역시 스쳐지나갈 수 밖에...
땡볓아래 고생하다 만난 마을이 어찌나 반가운지 ㅜ.ㅜ
거기다가 마을의 Mayor(중앙광장)거리를 지나는 까미노에서 겸이와 나는 동시에 외쳤다
"피자다!!!!"
요 몇일 호시탐탐 노려왔던 피자를 파는 가게가 눈앞에 나타났다
거기다가 자리도 성당 옆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 있어 오랜만에 민간인(?? 순례자 아닌사람)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다는 ...
어제 숙소에 들어간 시간이 좀 늦다 보니 엄마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고
오늘 아침에는 깜빡 까먹고(사고친것 때문에 먹튀하느라 바빴는듯....먼산...)``) 선화에게 전화를 안했다.
bar에 wifi에 연결해서 선화와 통화하고 겸이에게 넘겨주고 나는 자리에서 핏자를 주문하고 늘어졌다....아...개 피곤하다....
보이는가 메뉴판에 "아침식사" |
성당 멋지다.... |
회랑과 연결된 중앙광장 좀 있어보임 |
까미노와서 피자 시킬때 조심할 부분....겁내 짜다.
우리나라 피자와는 비교불가...
한판 시켜서 바게뜨 빵하고 같이 먹으면 딱 맞는것 같다.
식당에서 자기 식량(?) 꺼내서 먹는게 웬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것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순례자들은 딱 보면 알고 그렇게 먹는 사람들이 솔솔찮게 있으니 많이 부끄러워말고(조금만) 꺼내놓고 드시라.... 갈때 쓰레기만 좀 정리해 줘서 고맙다고 난리다
겸이는 게토레이 사촌쯤 되는 녀석으로 하나 먹고 나는 옆에 있는 급수대에서 물 떠다 맹물로 벌컥벌컥!
이거 한판에 바게뜨 반이면 두명이 먹는다. 피자만 먹으면 나트륨에 쩔어지는듯 하다. |
이 화사한 웃음은! 먹을걸 먹어야 한다 |
오전에 이야기했던 이야기...
내가 살아온 이야기...
선화와 결혼한 이야기...
떠벌떠벌 하면서 걸어오다보니 사진도 못 찍었다. 5Km 시간 정도를 열심히 걷기만 했다.
쩌죽겠다....너무 덥고... 피할곳이 없다.
야구모자로는 햇살을 막을 수 없었던... |
오늘은 Torres del Rio까지 가는걸로...다음 마을은 10Km더 가야 한다는....ㅎㅎ
드뎌 끝판마을 산솔에 도착했다. |
마을을 벗어나면서 다음마을이 보인다.
리오는 언덕위의 마을이다. 이곳에는 공립알베르게가 없고 사설알베르게만 있다.
마을 앞 언덕길 오르기전 길바닦에 퍼질러져 가이드북을 들고 어딜갈까 뒤적뒤적 거리다가
오늘은 제일 싼곳으로 가는걸로 (7유로)
마을 앞 지도에서 찾아보고 열심히 찾아갔더니 마을 꼭대기다....헐~ 죽것다...
오늘 20Km를 꽉 채워서 왔다.
거리의 문제는 아닌데.... 날이 요 몇일 점점 더워진다.
10월 후반인데... 새벽녁에는 싸늘 하구만 낮에 내려쬐는 햇살은 장난이 아니다.
피곤했다.... 너무너무... 다행이 우리가 마지막 순례자, 딱 두개 남은 자리에 들어왔다.
우리까지 들어오고 우리 뒤에 온 사람들은 다른 알베르게로 돌아갔다는 ㅎㅎ
겸이가 샤워하는 동안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 고기집 겸 가게(시골 점방같이...샤시에 주섬 주섬 올려놓은 ㅋㅋ)에서 콜라큰것 하나와 과일을 사들과 왔다.
아침은 알베르게에서 먹고 점심도 사먹고.... 몇일 전 사놓은 가방의 참치캔과 이런저런 먹을 것 들이 너무 힘들어서 가방을 털기로 했다.
비상용(?)으로 사놓은 치즈파스타를 만들어 빵을 찢어서 넣어 개죽(?) 처럼 만들어먹었는데...음~ 나름 먹을 만하더라는
겸이는 옆 침대에서 헨펀으로 "3루수가 누구야"를 보면서 낄낄 거리고 있다.
지나가던 영국친구가 뭐냐고 같이 보더니 한국어라 이해를 못하고 떨어져나간다 ^^;;
겸아... 설명좀 해주면서 같이 보지 그랬냐 했더니
그건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표현을 한다...이상한놈...날이 갈 수 록 알 수 없는 단어를 구사한다.
오른쪽 발바닦에 자꾸 물집이 잡힌다.
양쪽발 뒷꿈치에는 피멍이 잡혔다. 한국에서 신고다니던 등산화를 신고 왔는데 깔창의 셀(cell)이 다 깨어져서 뒷축 부분은 쿠션기능이 거의 없다보니 무거운 가방을 지고 다니는게 무리가 되는것 같다.
앞에 생긴 물집은 말랐는데 비슷한 위치에 또 생겼다.
하루정도 쉬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일정이 너무 늘어질것 같고 혹시 겸이가 아프면 쉬어야 하기에 그냥 간다.
일정을 계산해 보니 4일정도 일정이 모자르다. (대략 100Km)
마당에서 겸이와 이야기를 하다
"부르고스까지 버스타볼까?" 했더니
"그건 다음에 하자..." 라고 한다.
이녀석도 나름 길에 대해서 자기 생각이 들었나 보다.
이른 저녁을 먹고 헨펀을 들고 놀던 겸이는 잠자리에 들고 나는 알베르게 2층에서 해지는 하늘을 바라본다.
내일도 20Km를 잘 걸어서 로그로노라는 도시에 들어가야지, 내일 도착하면 가이드북에 구간과 맞아 떨어진다.
이 후 부터는 되도록 가이드북에 따라서 걸어볼까 싶은데.... 하루 30Km 구간이 있어서 가능할지 궁금하다...
가방이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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